즐거운생활
주철환 사장이 말하는 즐거운 삶
부경(扶熲) 김기선
2008. 6. 20. 10:09
Seminar |주철환 사장이 말하는 즐거운 삶
기사입력 2008-06-19 06:30
◇성공은 보람을, 실패는 교훈을◇ “NG를 두려워 마라”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지난 6월 5일 개최한 제1551회 세미나에서 주철환 OBS경인TV 사장이 ‘변화를 즐기는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영어에는 두 가지 미래가 있다. 단순미래와 의지미래다. 난 의지미래가 되고 싶다. 할아버지가 되는 것은 단순미래이다. 하지만 귀여운 할아버지는 의지미래다.” 며칠 전 ‘다섯 가지 부족한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런데 이는 대통령에게만 부족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놓치기 쉬운 5가지 가치다. 소통, 포용, 겸손, 성찰, 신사고 이렇게 다섯 가지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사장으로서 조금 더 대화해야겠다, 조금 더 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품은 만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렇게 품고 있는 회사 직원이 250명이다. 내가 자랑하는 것 한 가지는 250명의 직원 이름을 다 안다는 것이다. 이름을 불러야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취임한 지 한 달 지나서 직원들에게 약속을 했다. 내가 여러분들의 이름을 외웠는데 여러분들은 내가 진짜 이름을 다 외웠는지 궁금할 테니 내가 지나갈 때는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못 맞추면 벌금으로 2만원을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맞추면 당신은 사장을 놀린 죄로 만원을 벌금으로 내야 된다는 게임을 제안했다. 그런데 내게 이름을 묻는 사람이 없었다. 다가오기 전에 내가 먼저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OBS’에서 ‘O’를 제일 궁금해 한다. MBC의 ‘M’은 문화라는 것을 알겠고, KBS의 ‘K’는 한국이나 한국인을 나타내고, SBS의 S의 ‘S’는 서울, EBS의 ‘E’는 교육일 것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OBS’는 경인방송인데 왜 ‘O’냐고 묻는다. 그러면 여러분이 상상하는 ‘O’중에 제일 좋은 것을 상상하라고 말한다. 특별히 ‘O’가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맘에 드는 것은 ‘One’의 의미로 ‘Number one’이 아니라 ‘Only one’이다. ‘Number one’되려고 할 때 그 강박관념과 무게감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Number one 아닌 only one OBS는 전에 i-TV 경인방송이라는 모체가 있었다. 1997년도에 굉장한 의욕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엄청난 분규를 겪었다. 주주와 노동조합이 너무 부딪히다 보니 주주가 두 손을 든 것이다. 직장폐쇄를 하고 노동조합은 무조건 주주는 물러나야 한다고 하여 보다 못한 방송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공중파 방송사를 문 닫게 한 것이다. 그래서 2004년 12월 30일부로 많은 직원들이 직장을 잃어버렸다. 당시 직원은 약 300~400명이었으나 이중 반 정도가 다른 직장에 가고, 직종을 바꾸어 일을 하게 되었다. 이중 160여 명이 끝까지 투쟁을 해서 새로운 방송사로 허가를 받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 사이에 ‘3불’이 있다. 과거에 대한 불신,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끊임 없이 이야기를 해도 잘 믿지 않고 의심을 한다. 이것을 어떻게 불신에서 믿음으로, 불만에서 만족으로, 불안에서 안심으로 바꿔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3사’를 말해주었다. 과거에 대한 감사, 현재에 대한 찬사, 미래에 대한 봉사가 바로 ‘3사’다. ‘3불’을 버리고 ‘3사’를 갖자고 말했다. 방송은 하루에 1억5000만 원 씩의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은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다. 보통 드라마 한 편 제작하는데 한 회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이 든다. OBS는 아직 드라마가 없다. 하루 1억5000만원을 쓰는데 한 달에 2억을 번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회장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방송은 농사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고, 볍씨가 있어야 되고, 씨를 뿌려야 한다. 우리 방송국은 이제 씨를 뿌린 단계다. 이제 모내기도 해야 되고, 잡초가 생기면 김매기도 해야 한다. 가뭄이 오기도 하고 홍수가 나기도 할 것이다. 그 시련을 거친 후 가을 햇살을 맞이하면 추수가 시작된다. 탈곡해서 ‘경기미’로 포장해서 팔면 돈이 들어온다고 회장을 설득했다. 최소한 1년은 기다려야 되고, 사실은 3년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우리는 3년산 인삼을 재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장에게 말하니 이해하기 시작했다. 만약 다른 방송사와 계속해서 비교를 시작한다면 비극은 시작된 것이다. 비교를 하면 행복이 오지 않고, 비유를 하니 행복이 온다. 그래서 비교를 삼가고 비유를 즐기자고 한다. 회장에게 우리 방송사의 위상을 숙박업체에 비유해 호텔인지, 모텔인지, 여관인지, 여인숙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당연히 호텔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호텔은 호텔로서 비치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장사를 하는 가게로 비유하면 여기가 백화점인지, 슈퍼마켓인지, 구멍가게인지를 다시 물어보았다. 그는 백화점이라고 했다. 백화점에 왔는데 칫솔 몇 개, 치약 몇 개만 진열되어 있으면 손님이 올지를 다시 물었다. 여의도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의도백화점이 어떻게 망했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초기투자를 해야 한다고 비유를 하니 일리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행복을 부르는 비유 나는 귀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영어를 배울 때 두 가지 얼굴의 미래에 대해서 배운다. 단순미래와 의지미래가 그 두 얼굴이다. 날씨가 흐려서 비가 오는 것은 단순미래이다. 기도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가 되는 것은 단순미래이다. 내가 친구들보다 조금 젊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할아버지 안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귀여운 할아버지의 ‘귀여운’은 의지미래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권하는 것 중에 ‘포용’이라는 것이 있듯이 귀여운 할아버지가 되려면 젊은이를 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촌철살인, 정문일침으로 말은 간결하고, 그 말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귀여운 할아버지가 되려면 포용력이 있어야 되고, 전문성이 있어야 된다. 나는 작년 7월 20일 날 사장으로 취임을 했고, 현재 10개월이 되었다. 그래서 매월 20일 날 직원들과 대화시간을 갖는다. 강당에 좋은 음식을 차려놓고 먹으며 대화를 한다. 내가 지난 달 한 일 중에 잘한 것과 못한 것을 이야기하고,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 친절함이 사라지면 사장이 아니다 가끔 그들에게 묻는다. “내가 무엇이 잘나서 사장되었을까요? 얼굴이 장동건처럼 잘생겼습니까?” 절대 아니다. 내가 사장된 이유는 두 가지다. 그것은 친절함과 약간의 창의성이다. 친절함이 사라지면 나는 사장이 아닌 것이다. 하루 4번을 회사 전체를 돌아다닌다. 운동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회사 내 공간을 종종 걸음으로 다닌다. 운동이 되어 살도 안 찌고 직원들과 자주 만나게 되어 좋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은 사장이 체통이 없고, 권위가 없다고들 한다. 나는 권위라는 것은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내가 가진 전문성이 훼손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무게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니면서 직원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지만 10개월이 지나니 이제 진실한 마음으로 조금 알아가는 것 같다. 나는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배를 타고 희망봉으로 가는데, 나는 선장이다. 일단은 나의 양심, 양식과 나의 전문성을 믿어주기 바란다고 말한다. 내 인생에 필요한 배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십, 프랜드십, 파트너십, 멤버십, 오너십, 쇼맨십, 스킨십 등 배들이 많다. 그 중에서 우리 직원들에게는 4가지 배, 멤버십, 파트너십, 프렌드십과 리더십이 필요하고 또 기억하자고 한다. 자격만 있으면 되는 것이 멤버십이고, 이익을 나눌 수 있는 것이 파트너십이고, 친구가 꿈을 이루었을 때 같이 기뻐해주는 것이 프렌드십이고, 리더십은 그 친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꿈 이루도록 돕는 것이 리더십 우리 회사는 사실 어렵다. 광고도 힘들고, 노조는 계속 강경하게 나오고 있어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있다. 임원들도 나와 생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삶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처럼 현장 뛰어다니면서 직원들과 호형호제를 하며 지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이러면 안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는 사장은 나니까 나의 스타일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존경해달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존중해주고, 그리고 내가 꼭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열심히 하고, 그 결과가 초라하면 반성문 쓰고, 벌금 내라면 벌금 내고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이다. 어설픈 연기자나 카메라맨은 대충하자고 하고, 그냥 가자고 한다. 이럴 때 PD는 화를 내면 안 된다.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하며 이따 맛있는 것 사드리겠다며 한 번 더 하자고 해야한다. 그런 PD가 살아남는다. 화를 내는 PD는 좋은 배우를 다시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액션이 있을 때 NG를 두려워하면 다시 액션하기 어렵다. NG는 당연히 있는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성공과 실패는 똑같이 좋은 것이라고 했다. 성공은 보람을 주고, 실패는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늙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늙을 것이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시간이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 즐겨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변화라는 것은 동화(同化)에서 나온다고 본다. 좋은 사람 만나면 좋은 사람 된다. 비유하면 이런 것이다. ‘비’가 있는데 자신이 싫고 더 강한 ‘삐’가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삐’가 될까. 밤을 만나면 ‘밤삐’가 되고, 봄을 만나면 ‘봄삐’가 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자음동화로, 자음이 다른 쪽을 닮아서 그와 비슷하거나 같은 소리로 바뀌기도 하고, 양쪽이 서로 닮아서 두 소리가 다 바뀌기도 하는 현상이다. 친구를 잘 만나 변화를 즐기는 삶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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