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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받아야할 '베트남 며느리'

부경(扶熲) 김기선 2007. 10. 16. 13:01
본 받아야할 '베트남 며느리'
“사덕(四德)을 지켜라.”
베트남 처녀들이 결혼 전 부모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말이다.
집안일 농사일 잘하라는 공(工),
몸을 가꾸라는 용(容),
상냥하라는 언(言),
웃어른 잘 모시고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행(幸)이다.
이 중 베트남 민요의 단골 소재가 ‘행’이다.

‘임이여, 군대에 가라면 가세요/
  모든 집안일은 제가 할게요/
  당신이 가시면 제가 남아 어머니 봉양,
  나어린 자식 돌보리.’

겸손하다, 순결을 지킨다, 부모를 잘 모신다….
국제결혼 주선업체들이 내세우는 ‘베트남 여성이 좋은 이유’다.
‘유교 전통이 강해 남편을 황제처럼 모신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남편을 따라 우리 땅에 오는 베트남 여성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 한국인과 결혼한 3만1180명 중 베트남 여성이 5822명으로 중국 2만635명에 이어 2위였다.
농어민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만 따지면 2885명 중 1535명으로 압도적 1위다.

전남 완도에 시집온 베트남 며느리 트란 트빗씨의 사연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이 25세 며느리는 낚싯배를 탔다가 바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67세 시어머니를 22개월째 정성껏 돌보고 있다.
남편은 2005년 10월 맞선 자리에서 그녀에게 “투병 중인 어머니 수발을 들어야 하는데 시집와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에 온 이튿날부터 시어머니 대소변을 받아냈다.

이 며느리는 시어머니 봉양뿐 아니라 남자만 있는 시댁의 갖은 가사를 도맡아 하면서도 불평이 없다고 한다.
‘얼마 안 가 지치겠지…’라던 주변의 의심도 칭송으로 바뀌었다.
“고향이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엔 서툰 한국말로 “저, 남편이랑 시부모님 사랑해요”라고 답했다.
시아버지 입에서 “한국인 며느리 10명을 줘도 우리 며느리와 안 바꾸겠다”는 말이 안 나올 재간이 없다.

경남 남해, 전남 해남 같은 지자체는 베트남을 비롯한 국제결혼 커플에 평균 500만원씩 결혼비용까지 대주고 있다.
그러나 낯설고 물선 이국 땅에서 남편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도 아직 많다.
가난과 차별에 시달리거나 의사소통에 애를 먹기도 한다.

‘며느리로 왔다가/
  남편과 시어미 얼마나 잔인한지/
  더 살 수 없어 친정으로 간다오.’

그들이 눈물 섞인 베트남 민요를 읊조리지 않도록 보듬어야겠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