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변신하는 기업만이 생존한다(1/3)

부경(扶熲) 김기선 2006. 5. 30. 12:31

변신하는 기업만이 생존한다

기업 환경이 점점 빠르게 변화됨에 따라 기업들의 전략적 변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기업이 전략적 변신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과 그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005년 5월, 세계 최초로 엑스레이 필름과 컬러 필름을 만든 아그파포토가 파산을 신청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모기업에서 분사한지 불과 반년만의 일이다. 2000년 전후의 디지털 혁명 앞에서는 140년 가까운 전통의 글로벌 기업도 속수무책이었다. 또 다른 필름 기업인 코니카미놀타 역시 내년 3월까지 카메라와 필름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였다.
 
디지털카메라의 확산으로 인해 2001년을 정점으로 필름 시장은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필름 시장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코닥의 매출은 1996년 160억 달러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작년에는 143억 달러로 감소하였다. 영업이익은 이보다 더 심각하여, 2000년까지는 20억 달러를 상회하였으나 2001년에 12억 달러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그 절반 규모인 6억 달러로까지 급격히 감소하였다.
 
반면 필름 시장에서 다른 한 축을 점하던 후지포토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지포토는 2000년 1조 4천억엔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05년에는 그 두 배에 가까운 2조 6천억엔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코닥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조건이었던 두 기업에서 이처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후지포토는 적절한 시기에 신속하게 전략적 변신을 했기 때문이였다. 
 
기업 생존의 정석, 전략적 변신
 
기업들은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최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 스스로 변화를 시도한다. 기업의 변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경영 효율성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한 기업의 체질 변화이다. 일반적으로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이나 R&R(Role & Responsibility)의 재구축을 통해 비용 절감 및 품질 개선, 제품 개발 시간 단축을 추구한다. 둘째, 전략 방향의 재설정을 통한 변화는 사업 목표의 재설정이나 신규 역량 구축 등으로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기반 기술, 시장 니즈, 경쟁사 전략 등의 변화로 인해 맞닥뜨리는 전략적 이슈들을 검토하여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 마지막으로, 사업 영역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시장 니즈 및 기술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역량 확보를 통해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기업 변화를 한 마디로 말하면 ‘전략적 변신’이다. 전략적 변신은 기업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구축해 시장의 메가트렌드에 따라 전략 방향을 세우고 사업 기회가 있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략적 변신을 통해 성장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기업은 단일한 유형의 변화를 채택하는 것만으로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기존 시장에서 경쟁 역량을 구축하거나 준비 없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필름 시장의 경우, 후지포토는 경쟁자들보다 앞서 전략적 변신을 시작하였다. 후지포토는 1991년에 전용 SRAM 카드를 이용해 화상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였다. 또한,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인한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해 기존 사업을 개혁하고, 변화하는 미래에 대응하여 디지털 제품 관련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였다. 그 결과, 이미 2001년에 후지포토는 매출과 이익의 50% 이상을 디지털 관련 사업에서 얻게 되어 성공적으로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필름 시장의 다른 경쟁자들은 후지포토보다 대응이 느렸다. 디지털 관련 사업에 진출하였으나, 아날로그 제품과 디지털 제품을 동시에 대응하면서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또한, 캐논, 니콘 등의 새로운 경쟁자들에 밀려 변신을 성과로 연결시키는 데 실패했다. 코닥의 경우, 의사결정 지연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서야 디지털 사업에 적극 투자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로 인해 디지털 관련 사업의 매출이 2005년에 이르러서야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익 규모에 있어서는 아날로그 제품 매출의 1/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후지포토는 아날로그 관련 사업 규모가 축소되고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필름의 전통 때문에 사업철수를 늦추고 있다. 반면 코닥은 디지털 관련 사업이 고전함에 따라 수익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아날로그 관련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전략적 변신 시기의 차이로 인한 기업간 격차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사례이다. 
 
그럼에도 각 기업이 수행한 전략적 변신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변신은 기업 전략을 변화시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에 적합한 체질, 한걸음 더 나아가 전략적 변신이 선순환할 수 있는 기업 체질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전략적 변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하여야 할까? 
 
● 변화의 조류를 파악하라
 
전략적 변신은 우선 환경 변화의 방향성 파악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로드맵방식(Roadmap Style Paradigm)을 통해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는 경로탐색방식(Route Finding Style)을 통해 현재 기술의 향후 진보 정도와 고객 니즈의 변동폭 안에서 변화의 방향성을 파악한다. 많은 기업들이 미래 예측을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있지만, 어느 곳도 명확한 미래를 호언할 수는 없다. 다만 주어진 제약조건 하에서 변화의 방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전략적 변신에 충분히 유용하다.
 
JSR은 2002년까지만 해도 매출 2,000억 엔, 영업이익 100억 엔 정도를 기록하던 합성고무 제품에 주력하는 석유화학 기업이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전자 제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파악한 JSR은 1997년에 발표한 ‘JSR 21’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을 수익의 원천으로, 전자재료 사업을 미래의 성장엔진으로 키우는 전략을 확정하였다. JSR은 ‘JSR 21’의 연장선상에서  환경 변화에 맞춰 일관된 전략을 추진하였다. 1999년의 ‘New JSR 21’과 2002년의 ‘JSRevolution’에서 전자재료 시장에서의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신규 소재 발굴과 차세대 성장 엔진을 위한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조하기 위한 전략을 발표하였고, 2010년까지 전자재료 기업으로 전환을 완료할 것이라 하였다. 이를 위해 JSR은 신사업 진출 시 연구인력을 직접 고객 Site에 파견함으로써, R&D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여 고객 Lock-in 효과를 얻고 고객의 니즈를 직접 체득하여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시장이 발달되지 않았던 초기 전자재료 시장을 선점하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하였던 LCD 등 디스플레이 필수재료 사업은 시장의 고성장에 따라 고수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3,000억 엔의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은 2002년의 5배에 달하는 450억 엔을 기록하였다. 현재 JSR은 전자재료 시장에 연착륙함과 동시에 새로운 조류로 의료 및 환경 분야를 지목하고 또 한 차례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편으로이어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