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관리(디자인)
슈퍼디자이너 '연구 또 연구'
부경(扶熲) 김기선
2007. 1. 30. 09:17
슈퍼디자이너 '연구 또 연구'
LG가 디자인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제품은 갈색 용기에 미국 여배우 디아나 다빈의 얼굴을 담은 럭키크림이었다. 당시만 해도 독특한 디자인 탓에 상하이에서 들어온 외제품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요즘의 LG는 단지 제품의 모양만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눈ㆍ귀ㆍ입ㆍ코ㆍ촉감까지 오감(五感)을 만족시킨다. 지난해 4월 구본무 회장은 일주일 간격으로 계열사의 디자인 현장을 찾았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슈퍼 디자이너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익산공장의 컬러리스트들은 바로 슈퍼 디자이너의 간판주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01년부터 남다른 색상을 발굴하는 컬러디자인센터에서 합성수지의 환상적인 색을 창조해왔다.
LG전자 MC사업본부 단말연구소 ‘사운드팀’은 휴대폰에 가장 적합한 소리를 찾는다. 10명의 소리 전문사들이 LG전자만의 독특한 벨소리 등을 디자인한다.
향과 맛을 찾는 디자이너도 있다. LG생활건강은 7,000여종의 ‘향 라이브러리’를 갖춘 향 전문 연구소 ‘센베리 퍼퓸하우스’를 갖추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오휘’ ‘후’ 등 화장품과 치약ㆍ비누 등 숱한 생활용품이 이들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나고 있다.
LG패션의 소재 디자이너들은 항상 느낌을 갖고 일을 한다. 이들은 의상의 기초가 되는 소재의 트렌드를 분석해 LG패션만의 촉감ㆍ질감ㆍ색상을 갖춘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서울경제 2007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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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김 디자인을 적용한 삼성 하우젠 에어컨. 앙드레김 디자인을 활용한 냉장고,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 원문이 새겨진 휴대전화,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이 들어간 도자기…. 소비자가 제품의 기능성 못지않게 디자인을 중시하면서, 각 기업이 예술적 요소를 강조한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데카르트(Techart) 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데카르트’란 기술(tech)과 예술(art)을 합친 신조어로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과 기능성을 구현한 것을 말한다. 원래 발음은 ‘테카르트’에 가깝지만 듣기 편하도록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이름을 원용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히트상품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아트 디자인’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능만 좋아서는 안돼’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디자인을 적용한 2007년형 하우젠 에어컨 신제품을 선보였다. 검은색 바탕에 꽃과 나비 문양이 새겨져 있는 디자인의 이 제품은 최대 5개의 방을 개별 냉방할 수 있는 최신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앙드레김 디자인을 반영한 김치냉장고와 드럼세탁기를 내놓은 바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디자인한 한글 문양을 입힌 ‘샤인 디자이너스 에디션’(휴대폰)을 내놓았다. 제품 뒷면에는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 원문을 새겨 넣었다. 회사 측은 “한글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디자인적인 요소로 풀어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LG는 또한 300억원을 들여 한국과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의 LG 디자인 연구소 수석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돼 만든 ‘아트 디오스’ 냉장고를 내놓기도 했다.
아르누보(식물의 곡선미를 강조한 디자인) 패턴으로 만든 웅진쿠첸 압력밥솥. 예술을 가미한 제품은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생활가전 업체 웅진쿠첸이 선보이고 있는 ‘크리스탈 서라운드 황동 IH압력밥솥’은 ‘아르누보(식물의 곡선미를 강조한 디자인) 패턴’을 도입했다. 웅진쿠첸 마케팅팀 박선정 과장은 “디자인적 요소를 강조한 결과,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매달 25% 이상의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앙드레김 디자인을 활용한 삼성 하우젠 김치냉장고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매달 20% 이상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별헤는 밤’원문을 새겨 넣은 LG전자‘샤인’휴대폰. ◆가전제품에서 일반 소비재로 확대
가전업계에 불기 시작한 ‘데카르트’ 마케팅은 소비재·인테리어 등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욕실용품 브랜드 아메리칸 스탠다드가 선보이고 있는 월풀욕조(공기방울 목욕을 할 수 있는 욕조)는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다. 회사 측은 “둥근 타원형의 일반 제품과 달리 고대 이집트와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에서 영감을 얻어 두 개의 사다리꼴을 엇갈리게 배치해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행남자기는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아릭레비, 유명 사진작가 김중만 등이 참여한 ‘디자이너스 컬렉션’ 제품을 내놓았다.
패션회사 쌈지는 유명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디자인을 적용한 의류·잡화를 선보이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이 출시한 화장품 제니스웰 ‘코스푸딕’의 패키지는 극사실화(사물을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 작가 이사라씨의 작품을 활용했다.
LG경제연구원 김상일 책임연구원은 “디자인이 좋지 않은 제품은 히트상품이 될 수 없다”며 “개성 있는 소비자들이 감성디자인을 예술적인 측면에서 찾는 유행이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7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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