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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휴가를 위한 소담스러운 펜션

부경(扶熲) 김기선 2006. 8. 14. 17:49

 

 

편안함과 세련됨을 찾는 이들께 천창으로 별이 쏟아지는 숲, 모리의 숲

 

 

펜션을 향해 질주하듯 달리는 길, 차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펜션 타운 중 하나로 꼽히는 강원도 홍천의 노일리를 지난다. 2차선의 좁은 도로는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도로 옆으로는 물안개 영롱한 홍천강이 흐르고, 강 주변으로는 키 작은 전원주택이 포복하듯 엎드려 있다. 아침 내내 장대비가 쏟아진 숲의 골짜기에는 안개 같은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강과 산과 전원주택은 합쳐지고 포개져 그림 같은 풍광을 빚어낸다. 모리의 숲은 그곳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간 깊은 곳에 박혀 있다. 10분 넘게 좁은 길을 오르는데 그 여정에서 포장도로는 끝이 나고 자동차가 가쁜 숨을 몰아쉴 때에야 비로소 펜션에 도착한다. 펜션 주변에 다른 상호를 건 펜션은 없으며 펜션의 옆과 뒤와 너머는 온통 국유림이다.

하지만 펜션 너머의 풍경이 얼마나 황홀한지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알 길이 없으니, 우리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펜션 자체가 지닌 분위기만으로 충분했다. 사진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곳은 어디다 카메라를 갖다 대도 다 그림인, 국내에 흔치 않은 ‘명소’였다. 본채 앞마당에 있는 수영장은 마치 숲 속의 옹달샘처럼 시각적이고, 금학산의 풍만한 능선을 따라 늘어선 다섯 채의 독립된 목조 주택은 펜션 전체의 밑그림을 여유롭고 한가로운 것으로 만든다.  빵과 커피 등의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카페의 통유리로는 강원도 특유의 깊고 고요한 초록 풍경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모든 객실은 천창을 핵심 부품처럼 갖추고 있는데 그 창으로 강원도의 별은 무성히 쏟아진다. 숲 속의 별장. 우리가 그랬듯, 그곳에서는 누구나 별과 숲과 낭만을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한다.    

이제 모리의 숲은 건축가 민규암이 지은 펜션 ‘생각 속의 집’과 더불어 예약을 하기가 가장 어려운 곳이 되었다. 지난 4년간 모리의 숲에 손님이 날아들지 않은 날은 단 이틀. 모리의 숲에 하룻밤 안겼던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리의 숲의 홍보 도우미가 되었다. ‘모리’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의 백색 애견 이름이자 일본어로 숲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숲의 풍경은 거칠고 사나웠던 모리의 성격까지 바꾸어놓았다. 사람들의 손길에 ‘으르렁’하고 화답했던 모리는 이제 백설기같이 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으로 자신의 숲에 온 이들을 환영한다. 모리의 숲이 4년 넘게 도시인들이 편애하는 숲으로 선택될 수 있었던 데는 펜션지기 내외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있었다. 건축가 김희준 씨가 지은 아름다운 외관과 구조를 지닌 공간에 펜션지기 내외는 그림을 걸고 이야기를 만들고 온기를 더했다. 모두가 편히 쉴 수 있는 수영장, 강원도의 숲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객실의 별 떨어지는 천창은 모리의 숲을 사람들의 숲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정성이다. 또한 어둠이 내린 수요일과 금요일 밤이면 카페에서는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에는 수영장이 있는 테라스에서 와인 파티를 여니, 이곳 참으로 아늑하다.  

모리의 숲을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 부부는 모리의 숲에 불었던 한줄기 바람을 추억한다. 모리에게 숲의 한쪽을 예약했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나무향 좋은 펜션 답게 방 이름 또한 예쁘다. 니트라스(빛), 로이엘(기쁨), 실피드(바람) 등 총 6개의 객실이 있다. 요금은 커플 룸의 경우 성수기 기준으로 12만원이다. 단, 커플 스위트룸인 엘라임은 15만원. 대명 홍천 스키장에서 멀지 않다. 문의 (033)435-0202, www.pensionmori.co.kr

 

 

꼭 가져가면 좋을  필수 아이템들

 

애견 용품 모리의 숲에는 3마리의 개가 있다. 모리의 숲의 상징이자 애견인 모리와 그의 단짝 친구 아리, 그리고 모리와 아리의 귀염둥이 동생 포키(다섯 살 된 슈나우저로 모리의 친동생은 아니다). 애완견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들과 놀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행복할 터. 그들과 친구 하기 위한 사료나 애견 용품을 준비하는 센스를 발휘하시길.

 

빈 시장 바구니  결혼 전부터 전국의 유명 펜션을 돌아다닌 펜션지기 부부는 ‘편리함’을 모리의 숲 최고의 장점으로 만들어 두었다. 1만5000원(1인 기준)에 각종 야채와 바비큐, 와인을 준비해주고, 아침 식사는 신선한 빵과 과일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꽉 찬 시장바구니는 짐이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