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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탁

부경(扶熲) 김기선 2006. 8. 31. 15:31
현대백화점에서 만나는 유럽 명품 치즈
와인이 있다 치즈를 고른다
손가락만 한 치즈 조각 몇 개 내놓으면서 ‘물 건너온 것’이라고 으스대던 시대는 진작에 지났다. 와인 바에서 프랑스어, 또는 이탈리아어 고유 명사의 치즈를 주문한 후 맛을 보면서 짐짓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옛날에 본토에 있을 때 먹었던 그 맛이 아니’라며 거드름을 피우던 시대 역시 지난 지 한참 되었다. ‘똑같은 것’이 ‘거의 같은 시간’에 ‘다’ 들어온다. 중요한 것은 물 건너 그 본토에 있었을 때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안목이다.


블루 치즈의 고소함을 좋아한다면, 고르곤졸라 Gorgonzola
프랑스에 푸른곰팡이 치즈, 로크포르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고르곤졸라가 있다. 로크포르는 양젖으로 만들고 고르곤졸라는 소젖으로 만든다. 좋은 원유를 적절하게 숙성시킨 고르골졸라는 그동안 블루 치즈를 싫어했던 사람일지라도 단숨에 사로잡을 정도로 특별한 맛을 갖고 있어 도전해 볼 만하다. 깊은 동굴 속에서 전통 방식으로 숙성시킨 블루 치즈의 깊은 맛을 느껴볼 것. 스파게티를 만들 때, 살짝 녹여 넣어도 맛있다. 이것이 바로 고르곤졸라 파스타다.


치즈 애호가의 마지막 선택, 에푸아스 Epoisse
향이 자극적이며 너무 지독하기 때문에 치즈 마니아가 아니라면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소젖으로 만든 에푸아스는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치즈 중 하나이며, 향기만큼이나 맛도 탁월하다. 이 치즈에 한 번 맛을 들이면 다른 치즈가 시시해질 정도다. 오렌지색 푹신한 빵 모양의 이 치즈는 유명한 포도원이 많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 지방 와인과 함께 곁들여 환상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링고 뒤 베리 Lingot du Berry
염소 치즈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은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며,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기 때문에 빵에 발라 먹어도 좋다. 둥글게 반죽하여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운 후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제격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간편한 방법은 스푼으로 듬뿍 떠 먹는 것이다. 잿가루를 입힌 블랙 치즈와 화이트 치즈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맛에 큰 차이는 없다.


향긋한 버섯 냄새, 진한 우유의 맛, 브리 케통 Brie Queton
‘치즈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이 연하고 말랑말랑 쫀득한 제품. 사진만으로는 카망베르와 비슷해 보이지만 브리 케통의 실제 지름은 22센티미터 정도로 훨씬 크고 깊은 우유 맛이 난다. 맛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공장에서 현대 기법으로 만드는 치즈 맛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듯. 고급 치즈일수록 확실한 맛의 차이가 있다. 알맞게 숙성된 브리 케통은 정찬을 마무리하는 좋은 디저트가 될 수 있다. 이 치즈는 유럽의 많은 품평회에서 전문가들의 절찬을 받았으며, 특히 최근 우리나라 여성이 선호하는 치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