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Biz Trend◆
"기업에 위기는 기회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각종 경제 위기설에 기업들의 경영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요는 급감하고 시중에 돈은 말라가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영전략의 폭도 그만큼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컴퍼니가 지난 1927년 이후 경기침체기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 불황기는 11개월에 불과했다. 장기 불황기라고 해봐야 대개 2년을 넘기지 못했다. 마치 나락에 빠질 것처럼 공포에 휩싸일 필요도 없을 뿐더러 서둘러 핵심사업을 포기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 초반 벌어졌던 경기침체 국면만 봐도 위기 속의 성공기업과 실패기업의 전형적인 대처방식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사를 비롯해 인텔, 도요타 같은 기업은 위기를 또 다른 도약의 기회로 분명하게 삼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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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 실패하는 기업의 6가지 습관
=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곧바로 냉정을 되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경제위기라는 높은 벽을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위기를 기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미리 위기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온 기업들에만 해당한다. 침체기는 호황기에 비해 기업 성장과 실패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지난 1999~2003년의 침체기와 2003~2007년의 호황기를 비교해봐도 경기 침체기에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거나 후퇴한 비율이 호황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호황기에 선도 기업들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후발 기업들도 선진기업이 추스리지 못한 영역에서 이윤을 챙기기 때문에 모두 안정적으로 기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반면 침체기에는 가격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의 질과 서비스 격차가 더욱 부각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 같은 경쟁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이 경제 위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명운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패하는 기업의 대응방식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위기가 닥쳐 오면
△우리 기업은 안전하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어떠한 대응책도 강구하지 않거나 △과거와 동일한 방법의 해결책에 의존하거나 △다각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켜려고 한다. 막상 침체에 진입하면 △서둘러 과잉반응을 보이고 △비용을 무차별적으로 절감하거나 인력을 해고하며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고 인수ㆍ합병을 미루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취하면 회복기가 되었을 때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엄청난 비용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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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효과'를 기억하라
=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기업은 다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장기 불황과 9ㆍ11 테러 등의 여파로 다른 항공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을 때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인 기업이다.
그렇다면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위기에 대처했던 자세를 되짚어보자. 먼저 경기침체의 기미가 보일 때 저가 항공사로서 가격경쟁력을 확실히 유지했고, 재무건전성에 무엇보다 신경썼다.
또한 유가 변화에 대한 헤지도 준비했다. 침체기가 닥치자 수요를 늘리기 위해 과감하게 요금을 할인하면서도 서비스 등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홍보 활동에 앞장섰으며 직원, 협력업체에 고통분담을 이유로 희생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20% 이상의 해고를 감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경기가 풀리기 시작하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전보다 성장률을 높이고자 노력했으며, 시설이나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도 계속했다.
부침이 극심한 항공업계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과는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미국 내 다른 항공사들은 전세가 역전된 이후에는 그들의 사업방식을 따라 하기에 열을 올렸다. 편의성과 저원가라는 모순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전략이 항공업계 게임의 룰을 바꿔 놓은 현상을 가리켜 '사우스웨스트 효과'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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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빛나는 도요타 정신
=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기에 기업들은 △비용 문제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문제 △소비자의 태도 변화 문제 △유연성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도요타는 2001~2003년 미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기에 이 네 가지 문제를 슬기롭게 돌파한 기업으로 꼽힌다.
먼저 도요타는 지역 생산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또한 경쟁사들이 여러 가지 유인책을 쓸 때 도요타는 오로지 차에 대한 평판과 신뢰를 중요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성능을 선호할 수 있도록 판촉활동에 열중했으며 고객의 요구에 맞는 차량을 선보이는 데 경쟁사들보다 우월했다. 마지막으로 차량 기능의 혼용, 빠른 신차 개발 등에서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결과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3년 동안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미국 내 경차 시장점유율은 계속 하락했으나 도요타만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순이익에서는 더욱 성과가 두드러졌다. 세 경쟁사가 적자를 기록하거나 겨우 적자를 면했던 반면 도요타는 순이익률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최근의 경제 위기에서 도요타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9%나 줄었음에도 자체 구조조정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 6월과 8월에 8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내년 3월까지 3000명을 추가감원할 예정이며 일부 차종의 감산도 검토하고 있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친환경차량 등 신기술 개발과 이에 따른 설비투자는 계속한다는 점이다.
※ 도움말=베인&컴퍼니
[박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