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들리는 파라다이스
바닷가에 지은 전원주택 |
여름이 되면 마음은 절로 바다를 향합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파란 바다와 바닷바람.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면 어떨까요? ![]() 푸른 하늘을 떠도는 갈매기, 하늘보다 짙고 맑은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 시원한 바닷바람.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광경입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집을 한채 그려봅니다. 바다를 향한 넓은 데크가 있는 하얀 목조주택. 이곳이 삼척 궁촌리에 위치한 차주옥, 장순자씨의 작은 낙원입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온 삶 서울, 영월, 태백 등 여러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차주옥씨가 은퇴를 하고 궁촌에 정착하게 된 것은 10년 전의 일입니다. 궁촌마을은 동해바다에 면해 있고, 궁촌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소나무가 아름다운 어촌 마을입니다. 궁촌해수욕장은 크고 유명하진 않지만 수심이 적당하고 도시에 접해 있지 않아 물이 깨끗합니다. 맑은 날이면 바다가 초록빛으로 빛나며, 갓 딴 해초를 바로 초장에 찍어 먹어도 될 정도입니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아 여유 있는 여름철 휴양지로 좋습니다. 궁촌에서 산을 하나 넘으면 바로 차주옥씨와 부인 장순자씨의 고향입니다. 출생지가 바다였던 부부는 어려서부터 바다의 정취를 느끼며 살았고, 나이를 먹어서도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벗지 못했습니다. 은퇴 후 산이나 계곡이 아닌 바다에 정착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런 이유가 큽니다. 그래서 차주옥, 정순자씨는 처음엔 바닷가의 작은 집을 빌려 살면서 천천히 전원생활 준비를 시작했고, 좋은 자리를 보기 위해 3년을 돌아다녔습니다. “이게 좋으면, 이게 빠지고... 성에 딱 차는 곳이 없는 거야. 그러다가 이 근방 사는 친척이 연락을 해왔어. 좋은 집 내놓은 게 있다고. 그게 바로 여기였던 거지.” 바다가 보이는 산동네에 위치한 낡은 농가였습니다. 위치도 좋고 전망도 좋아 모두 만족스럽지만, 단 한가지 차가 들어올 만한 길이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농가를 허물고 새로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자재가 들어올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집 뒤로 공사 차가 들어올 만한 공간이 있긴 해도 전부 남의 땅이라 함부로 하기 어려웠습니다.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주위 땅 주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니 “그럼 쓰셔야죠. 그런다고 땅이 어디 갑니까?” 하며 모두 흔쾌히 허락을 해줬던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 구옥을 허물고 지대를 높인 후 새로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왜 바다에 살려고 하면 적응하기 힘들다, 사람들이 거칠다, 그런 선입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어요. 도시 사람들처럼 내 것 니 것 딱 잘라서 매정하게 굴지도 않구요. 한번 마음을 열면 가족처럼 받아주는 사람들이에요.” 장순자씨가 말합니다. 궁촌마을 주민들은 반은 오징어, 광어, 가자미 등의 고기를 잡으며 살고, 나머지 반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40대 등 농촌보다는 젊은 층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바다에 면한 낮은 언덕에 오밀조밀 자리잡은 산동네이지만, 그 풍경은 도시의 골목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곳에는 담도 없고 대문도 없기 대문입니다. 차주옥씨의 집만 봐도 데크의 계단이 옆집 마당으로 향해 있습니다. 들어오려면 남의 집 마당을 가로질러 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다고 뭐라 그럴 사람이 없으며, 그걸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습니다. 각 집의 마당은 누구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동공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관광객이 지나가다가 마당으로 가도 되겠냐고 물어봐. 그러마라고 하면 꾸벅 숙이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가대. 도시에서는 이런 게 어렵고 실례되는 거지. 그런데 여기서는 당연한 거야. 지나가는 길손에게 커피도 대접하고. 잠깐 의자에 앉아서 쉬다 가라 그러고. 시골에 와서 문 닫아걸고 인사도 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럼 버티기 힘들지. 방법은 딴 거 없어. 내가 마음을 열면 되는 거야.”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 차주옥씨는 그래서 이곳에서의 삶이 즐겁습니다. 뒷집에 사는 궁촌리의 어촌계장 권동춘씨는 토박이지만 차주옥씨와는 어느새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낮마실을 나왔던 그는 ‘안에서는 알 수 없었던 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 도움이 된다’며 차주옥씨를 추켜세웠습니다. 해풍에 단단히 대비해야하는 해변 집 차가 들어오기 힘든 곳에 집이 있다보니 가파른 골목길을 몇십미터 정도 걸어서 오르내려야 합니다. 처음에는 맨손으로 오는 데도 힘이 들어 숨이 찼는데, 지금은 쌀 20킬로를 지고 올라올 수도 있다며 장순자씨가 말합니다. 왔다갔다 할 때마다 자연히 운동이 되니까 몸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3개월 전부터는 큰딸 내외와 외손주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사는 동안 사위인 홍순기씨는 살이 절로 빠졌습니다. 사람들이 왜 사위를 안 먹이고 배를 꺼뜨렸냐고 장모를 놀릴 정도라고 합니다. 일을 심하게 해도 자고 일어나면 정신이 맑고 피곤한 줄도 모릅니다. 바닷가에 사니 여름에는 정말 시원합니다. 바다에서 찬 공기가 올라오니, 해가 지면 싸늘해서 집에 들어가야 할 정도입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따뜻한데, 가장 추울 때는 계절풍이 부는 봄 3~5월입니다. 이 때는 바닷물 섞인 바람을 맞아 자칫하면 얼굴이 새까맣게 타기도 합니다. “옛날엔 뽀얗단 소리 많이 들었는데, 해풍을 많이 받다보니 피부가 많이 상했죠. 나는 나이 들어 괜찮은데 젊은 사람들은 신경이 많이 쓰일 거예요.” 바닷가에 살면서 꼽을 수 있는 단점입니다. 또 염분에 집기가 쉽게 상하기도 합니다. 장순자씨는 가장자리에 녹이 슨 철제 의자를 보여주었는데, 야외에 내놓은지 3개월 밖에 안 된 의자에 벌써 빨간 녹이 생겼습니다. 집을 시공한 동인목조주택 이종웅 대표는 바닷가에 집을 지으려면 염분에 삭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철이나 못에는 신경을 쓰고, 창문의 경우 거센 해풍에 덜컹거림이 심하니 시스템 창호를 사용하며, 지붕은 날아가지 않도록 보완을 해야 합니다. 매순간 다른 바다의 얼굴 대하기 여러가지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차주옥씨 부부가 바다를 떠날 수 없는 것은 변화무쌍한 바다의 매력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파도의 높이가 다르고 인상이 다릅니다. 어느 날은 배가 오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갈매기가 납니다. 남들은 해돋이를 보겠다고 먼 길을 와서 비싼 방값을 준다지만 여기서는 가만히 등 대고 누워서도 매일같이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가을 오징어철이 되면 오징어잡이배들이 밤마다 앞바다에 나가는데, 눈부신 전구가 매달린 배들이 수평선 가득 장관을 연출하며 마치 홍콩의 야경을 방불케 합니다. 뒷산에선 텃밭에 채소를 가꾸고, 바다낚시철이 되면 하루 종일 방파제에 나가 살다시피 합니다. “바다 떠나 살라고 하면, 이젠 심심해서 못 살지. 바다는 아무리 봐도 싫증이 안 나거든.” 차주옥씨의 말에 장순자씨 역시 ‘여름이면 손자 손녀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데 심심할 틈이 없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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