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가 평생 병원에 가본 것은 두 아이를 해산할 때뿐이었습니다.
임신 중에도 한 번도 진찰을 받거나 검진을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요,
생각도 고리타분한 옛사람은 분명 아니건만 일단 병원은 가능하면 기피하면서
50여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것도 돈이 드는 일도 아닌 캐나다와 미국에서 16년을 살면서도 말입니다.
몇 삼년 만에 종합 검진 받으라고 써주는 추천서는
‘자기 몸은 자기가 안 데나...’ 하면서 휴지통에 넣곤 해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말을 하지 못하도록 심한 감기를 앓았습니다.
쉽게 낫지 않아 병원에 갔었고 처음으로 몇 가지 검진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4군데 정도가 비정상으로 나타나 치료와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가장 큰 것은 13미리 크기의 신장결석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돌멩이라면 적어도 2년간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을턴데
아무런 통증도 모르고 지내왔다니 그것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담당의사는 몇 주후에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해야 한다며 날짜를 잡아주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내가 집안 구석구석을 치우고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봄이 되었으니 대청소를 한데나...
3년 이상 쓰지 않는 것들은 사실상 앞으로도 쓰지 않아...
괜히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거지....’
중얼거리며 아내는 과감하게 바리바리 담아다가
동네 플라자에 있는 중고품 의류함에 갖다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은 늘 심플하고 준비하면서 살아야 한다...’며
두 주간을 그렇게 열심히 치웠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수술하러 가는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벵쿠버에 있는 아들이 엄마가 염려스러워 전화로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는 아내와 딸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고 기도를 해주고
그리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없었던 편지 하나가 피아노 위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께’라고 쓴 것이 직감적으로 아내가 쓴 편지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급하게 꺼내 읽었습니다.
언젠가 아일랜드에 갔을 때 예쁘다고 사두었던
야생화 그림이 있는 카드에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께! 내가 혹 깊이 잠이 들면
당신께 굳바이 키스를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겠지요.
그렇더라도 너무 슬퍼마세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사랑할꺼예요.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과 두 아이들이었습니다.
당신으로 인하여 늘 행복했고 두 아이들은 나의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아무 두려움 없이 아쉬움 없이 떠나갑니다. 당신과 두 아이들을 하나님께 맡깁니다.
그 분이 늘 함께 하시고 지켜 주실 것을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나를 아는 이들에게 대신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
가족들. 성도들...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란 원종이 원주를 인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외롭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여보 사랑합니다.
-숙희-’
아내는 수술하기 전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최근에 50대 초반의 가까운 이웃이 검사받으러 병원 갔다가
이틀 만에 천국으로 떠난 사건이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평생 병원을 멀리하고 살다가 ‘전신마취한다!
수술을 한다!’고들 하는 얘기가 실제로 눈앞에 왔다고 하니
내심 속으로 많은 긴장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아-! 그래서 아내가 그렇게 집안 구석구석을 치웠었구나!...
<아내가 쓴 편지>를 읽으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온종일 구토하며 힘들어 하는
아내가 갑자기 가여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
난 마치 아내를 새롭게 얻는 강렬한 사랑에 포로가 되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공연히 허둥대다가 애꿎은 무릎만 부딪혀서 새까만 영광의 피멍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도 나를 사랑하는 아내에게 뭔가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쌀죽을 만들려고 싱크에 서있는데 왜 그렇게도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지...
죽도 밥도 아닌 것을 들고 가는 쟁반위에도
몇 방울 사랑의 수정이 온천지를 흔들며 떨어졌습니다.
‘여보!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 <출처 : 블로그-꿈이 있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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