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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짓굿게 끝난 첫사랑이야기

부경(扶熲) 김기선 2006. 2. 17. 15:38
좋은 이야기[초등학교 짓굿게 끝난 첫사랑이야기]
TV는 사랑을 싣고를 가끔 보면서 초등학교 어릴적 선생님을 짝사랑 했던 장면을 보면서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 어린 나이에 무슨 첫사랑이냐?"하고 소리치지만,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선생님은 6학년 5반 담당 함홍자 선생님이었습니다.
탄광촌 아이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빡빡 깍은 머리에 시커먼 얼굴이었던 저희들에 비하면 너무나 백옥같은 얼굴에 "그랬니! 안그랬니!" 하는 서울 말씨에, 걸음걸이도 사뿐 사뿐 아! 바로 제 사랑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목소리는 와 그리도 곱던지...

당시 누구나 그랫듯이 말도 못하고 늘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오후 일이 터졌습니다.
그렇게 사모하던 선생님께서 눈에 띄었는데 아니 글쎄 옆에 어떤 남정네와 팔짱을 끼고 교정을 거닐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가만히 살펴보니 그 남정네는 다른 사람도 아닌 6학년 3반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기세에 눌리어 뭐라 말도 못하고 씨근거리고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더 표현 할 수도 없이 그저 앞이 캄캄해 지더라고요.
그리고 조금 있으니 분노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데 후끈 달아오르더군요.
일단 어쩔 도리가 없어 그냥 넘어 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저는 함선생님께서 화장실로 들어 가는 걸 언뜻 보다가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못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거지요.
당시 화장실은 뒷편에 변을 퍼내는 큰 구멍이 있었고 늘 뚜껑으로 덮혀 있었습니다.
저는 뚜껑을 열고 심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제법 큰 바위덩어리를 "풍덩" 내리꽂았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상이 가시나요?

똥물이 위로 솟구쳤을 것이고 얼마나 황당 기겁을 하셨을건가...
기겁을 하는 선생님의 외마디 비명을 뒤로 하면서 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혼자 싹틔웠던 사랑의 짝때기를 거두어 들였습니다.
한동안 나오지 못하던 선생님께서 뒷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누가 도와 주었는지, 당시로서는 제 알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후 얼마되지 않아 선생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곧바로 전근을 가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 가슴에 박힌 대못을 겨우 뺄 수 있었거든요.

사랑이란 크든 작든 상처를 남깁니다.
남몰래 하느 사랑은 더욱 그러합니다.
주위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 없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손을 내밀어 함께 해주세요.
상처 주면 황당.기버 하게 됩니다.

함홍자선생님! 지금은 무얼 하시는지요?
그래도 뵙고 싶고 얘기라도 나누면서 큰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거듭 용서를 빕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 더끈이의 오늘의 생각 : 사랑은 사랑으로 마무리하자!
                              그리고 용서를 비는 건 그 때 바로 하자!
                              아!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기억은 하실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