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에 관한 가슴쓰린 이야기 |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가을이 되면 중.고등학교마다 수학여행으로 들뜨게 마련이지요. 저도 가을이되면 수학여행에 대한 생각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런데 요즘 수학여행은 우리 기억 속의 그 것과는 사뭇 다른가 봅니다. 최근 일간 신문에 각각 보도기사나 사설등으로 '따로 수학여행'에 대한 글들이 올라 있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수학여행 가는 곳을 국내와 해외로 나누어 학생들로 하여금 골라 떠나게 하는 고등학교가 늘고 있다고 해서 나온 말입니다. 우선 각설하고 무릇 수학여행이라 하면 교실에서의 교육 연장선상에서 하는 '교실 밖 수업'일텐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여행경비가 차이가 나도 한참 나는 만큼 가정형편에 따라 학생들을 줄세우게 되질 않겠습니까?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실 저는 중학교 수학여행도, 고등학교 수학여행도 가질 못했습니다. 이유야 간단합니다. 돈이 없어서였지요. 아버지 혼자서 4형제 학비대는 것만도 늘상 꾸어다 근근히 이어갔거든요. 매일 아침 무슨무슨 사유로 어머니께 손을 내밀면 어머니께서는, "내가 무슨 돈 찍어대는 기계인줄 아느냐?" 고 소리쳤습니다. 어머니의 그 가슴인들 얼마나 미어졌겠습니까? 중학교 수학여행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게 지나갔습니다. 당시 수학여행은 경주, 온양, 서울 등지를 다녀 오는 정도였습니다. 어려서인지 서운했지만 견딜 만 했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고속버스를 처음 타본 녀석들이 차안에 물컵이 흔들려도 쏟아지지 않는다고 내개 말했다가 쥐어박혔습니다. 비포장도로에 덜컹거리는 지엠무시(GMC)를 개조한 뻐쓰만 타봤던 나로서는 정복입은 안내양이 갔다주는 물컵을 알 수 없었던게지요. 애꿎은 친구 놈들만 두둘겨 맞았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은 사뭇 달랐습니다. 고백하자면 어머님 원망도 했습니다. 딴 놈들은 다 가는 데 하필 나는 못가느냐고요. 교련연대장이자 규율부장이었던 내가 못가다니 말이 안된다고요. 얘들 보기가 고개를 못들 지경이었습니다. 몰래 방에 틀어박혀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업치자 덮치는 건지 문제가 터졌습니다. 수학여행을 못간 학생들은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등교를 시켰습니다. 그러고서는 삽, 고깽이, 호미등을 주고선 화단정리를 시켰습니다. 정말 화가 났습니다. 수학여행을 못가서 가뜩이나 억장이 무너지는데 일까지 시키다니...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던 차에, 실습조교가 오더니 일 제대로 못한다고 지랄(?)을 떠는 겁니다. 저는 조용히 삽자루를 집어 들었습니다. "야! 이 개새끼야! 할 일이 있으면 니가 해! 이 씹할 놈아!" 하고 내리칠 태세로 덤벼 들었더니 혼비백산해서 도망 가더군요. 뒤따라가서 문 잠그고 있는 그가 아니라 수학여행도 못가는 내 처지를 향해 철문을 찍고 또 찍었습니다. 또 눈물이 나더군요. 남사스럽게 눈물은 왜 나왔던지... 수학여행을 다녀 온 놈들이 또 한번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열차 교차점 같은 데서 다른 학교 여학생들과 쪽지를 주고 받았던 것 같습니다. 아! 이 놈들이 그 걸 한움큼씩 가져 와서는 내 앞에 펼쳐놓고 선, 이건 어느 여학교, 이건 어느 여학교 하면서 주섬 주섬 정리를 하는 겁니다. 유달리(?) 여학생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내 뱉은 말, "야! 이 새꺄! 그거 니손으로 만든거지?" 제 경우를 돌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학교라는 집단이 해야 할 것은 안하고 안 해야 할 것은 하는 꼴 아닌가 싶습니다. 더욱이 고등학생 시기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입니다. 당시 고 ㅇㅇ라는 실습조교가 재빨리 도망가지 않았거나, 옆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큰 일 날뻔 했던 겁니다. 살인이라도 날뻔 했던 상황이었거든요. 애냐하면 눈에 뵈는 게 없었으니까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친구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을 부럽게 바라봐야 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어떨지 해당 학교들은 조금이라도 헤아려봤는가요. 서울 구경만 못가도 저와 같은 그런 상처를 입는 다니까요. 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해외여행은 시기상조이고, '따로여행'은 해서는 안된다고요. 못 가는 학생들의 가슴에 남는 상처는 가난하던 시절보다 더 아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기억은 평생토록 가슴에 쓰린 태로 자리 합니다. 어머님은 가끔씩 저를 보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아이들이 수학여행 떠나는 날 아침마다 내 가슴이 얼마나 쓰리고 아팠는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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