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시기와 길흉화복

조선시대 중인 계급들이 과거시험으로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잡과에 응시해야 했다. 요즘으로 치면 잡과는 전문기술직으로서, 그 중에는 음양과(음양과)라는 분야도 있었다. 음양과를 다시 세분하면 천문을 살피는 천문학과 풍수를 전문으로 하는 지리학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가운데 명과학(命課學)이란 분야가 있었다.
시험에 합격하여 명과학 교수가 된 이들의 근무처는 서울의 궁궐 내로 한정되었으며, 허가 없이는 궁궐 밖 사람들과의 접촉도 불가능했다. 잡과에 소속돼 비교적 낮은 직급이었던 명과학 교수들이 이처럼 은밀한 통제를 받아야 했던 이유는 그들이 바로 왕실 전용 사주쟁이였기 때문이다. 공주나 왕자의 궁합을 보거나 합궁할 때의 택일 및 건물을 새로 지을 때 길일을 잡는 일 등이 그들의 업무였다.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방법 가운데 예로부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주팔자이다. 사주란 태어난 년(年), 월(月), 일(日), 시(時)를 말하는 것으로서, 두 글자로 된 간지의 8개 글자로 표시되므로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한다. 따라서 사주는 기본적으로 출생 당시 지구에 대한 해와 달 같은 천체의 상대적 위치가 다른 점을 이용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알아낸다.
그런데 서양의 점성술도 태어난 시점의 별의 위치와 빛에 의해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동서양 모두 출생 시기를 운명의 큰 잣대로 여겼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근거가 매우 빈약한 출생 시기를 옛사람들은 왜 그처럼 중요하게 여겼을까. 이와 관련하여 최근 재미있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은 출생한 달에 따라 근시가 될 가능성이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6세에서 23세에 이르는 30만명의 젊은이를 조사한 결과 6월과 7월에 출생한 사람들이 12월과 1월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근시에 걸릴 확률이 무려 24% 이상 높다는 것.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6~7월에 태어날 경우 보다 많은 태양광에 노출되어 멜라토닌이 적어짐으로써 근시를 형성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출생한 계절에 따라 자살률과 폐경기 시기, 복강질환의 발생률 등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었다. 2006년 5월 영국의 리버풀 대학 연구팀은 봄 또는 초여름에 출생한 사람이 가을 또는 초겨울에 출생한 사람에 비해 자살을 감행할 가능성이 17%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늦은 봄 및 초여름에 출생한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예전의 학설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태아 시절 엄마의 음식 섭취, 감염, 독소 유입, 일조량, 호르몬 등이 신체 및 정신적으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5년 이탈리아 연구팀은 가을에 태어난 여성이 봄에 태어난 여성과 비교하여 폐경기가 늦게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즉, 10월에 태어난 여성들의 경우 갱년기가 시작되는 나이가 평균 50세 3개월인데 비해 3월에 태어난 여성들의 갱년기는 평균 48세 9개월에 시작된다는 것.
2002년 스웨덴 우메아대학 연구팀은 여름에 태어나는 아기들이 복강질환 같은 소화장애 질환을 가지기 쉽다고 발표했다. 복강질환이란 보리, 밀, 호밀 등과 같은 곡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인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질환이다. 연구진은 2천151명의 아기들을 조사한 결과, 여름에 출생한 아기들이 겨울에 태어난 아기보다 복강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여름에 출생하는 아기들의 경우 주로 겨울에 모유를 중단하게 되어 글루텐 성분이 포함된 이유식을 시작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태어난 일시에 따라 신생아의 사망률이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연구진이 330만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7년간 조사한 결과, 새벽 1시에서 아침 7시까지 아주 늦은 밤에 태어난 신생아들의 사망률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
유럽의 다른 연구들에서도 그와 비슷한 결론이 나타났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했다. 다만 연구진은 늦은 밤에 태어날 경우 야간근무를 하는 병원 직원들이 가지는 피로감이 주요원인을 제공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사주팔자라는 여덟 글자의 개념과 관련하여 이처럼 매우 다양한 과학적 요소들이 추출될 수 있다니 흥미롭다.
<출처 : 사이언스타임즈>

조선시대 중인 계급들이 과거시험으로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잡과에 응시해야 했다. 요즘으로 치면 잡과는 전문기술직으로서, 그 중에는 음양과(음양과)라는 분야도 있었다. 음양과를 다시 세분하면 천문을 살피는 천문학과 풍수를 전문으로 하는 지리학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가운데 명과학(命課學)이란 분야가 있었다.
시험에 합격하여 명과학 교수가 된 이들의 근무처는 서울의 궁궐 내로 한정되었으며, 허가 없이는 궁궐 밖 사람들과의 접촉도 불가능했다. 잡과에 소속돼 비교적 낮은 직급이었던 명과학 교수들이 이처럼 은밀한 통제를 받아야 했던 이유는 그들이 바로 왕실 전용 사주쟁이였기 때문이다. 공주나 왕자의 궁합을 보거나 합궁할 때의 택일 및 건물을 새로 지을 때 길일을 잡는 일 등이 그들의 업무였다.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방법 가운데 예로부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주팔자이다. 사주란 태어난 년(年), 월(月), 일(日), 시(時)를 말하는 것으로서, 두 글자로 된 간지의 8개 글자로 표시되므로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한다. 따라서 사주는 기본적으로 출생 당시 지구에 대한 해와 달 같은 천체의 상대적 위치가 다른 점을 이용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알아낸다.
그런데 서양의 점성술도 태어난 시점의 별의 위치와 빛에 의해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동서양 모두 출생 시기를 운명의 큰 잣대로 여겼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근거가 매우 빈약한 출생 시기를 옛사람들은 왜 그처럼 중요하게 여겼을까. 이와 관련하여 최근 재미있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은 출생한 달에 따라 근시가 될 가능성이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6세에서 23세에 이르는 30만명의 젊은이를 조사한 결과 6월과 7월에 출생한 사람들이 12월과 1월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근시에 걸릴 확률이 무려 24% 이상 높다는 것.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6~7월에 태어날 경우 보다 많은 태양광에 노출되어 멜라토닌이 적어짐으로써 근시를 형성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출생한 계절에 따라 자살률과 폐경기 시기, 복강질환의 발생률 등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었다. 2006년 5월 영국의 리버풀 대학 연구팀은 봄 또는 초여름에 출생한 사람이 가을 또는 초겨울에 출생한 사람에 비해 자살을 감행할 가능성이 17%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늦은 봄 및 초여름에 출생한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예전의 학설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태아 시절 엄마의 음식 섭취, 감염, 독소 유입, 일조량, 호르몬 등이 신체 및 정신적으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5년 이탈리아 연구팀은 가을에 태어난 여성이 봄에 태어난 여성과 비교하여 폐경기가 늦게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즉, 10월에 태어난 여성들의 경우 갱년기가 시작되는 나이가 평균 50세 3개월인데 비해 3월에 태어난 여성들의 갱년기는 평균 48세 9개월에 시작된다는 것.
2002년 스웨덴 우메아대학 연구팀은 여름에 태어나는 아기들이 복강질환 같은 소화장애 질환을 가지기 쉽다고 발표했다. 복강질환이란 보리, 밀, 호밀 등과 같은 곡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인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질환이다. 연구진은 2천151명의 아기들을 조사한 결과, 여름에 출생한 아기들이 겨울에 태어난 아기보다 복강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여름에 출생하는 아기들의 경우 주로 겨울에 모유를 중단하게 되어 글루텐 성분이 포함된 이유식을 시작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태어난 일시에 따라 신생아의 사망률이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연구진이 330만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7년간 조사한 결과, 새벽 1시에서 아침 7시까지 아주 늦은 밤에 태어난 신생아들의 사망률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
유럽의 다른 연구들에서도 그와 비슷한 결론이 나타났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했다. 다만 연구진은 늦은 밤에 태어날 경우 야간근무를 하는 병원 직원들이 가지는 피로감이 주요원인을 제공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사주팔자라는 여덟 글자의 개념과 관련하여 이처럼 매우 다양한 과학적 요소들이 추출될 수 있다니 흥미롭다.
<출처 :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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