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사랑방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부경(扶熲) 김기선 2006. 7. 5. 10:36



하루의


 길  
.

위에서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 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 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글:  도종환


Beautiful China(by Feng Ji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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