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반성하겠습니다...'야단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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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광순 왓슨와이어트 한국 사장> 어느 회사의 임원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마침 그 날은 신사업을 제안해 오랫동안 실행계획을 준비한 실무팀장이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실무팀장은 기존 사업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전자금융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CEO와 임원들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두서너 페이지를 넘길 때였다. 사장이 불 같은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김부장, 지금 그것을 발표라고 하고 있는가? 관련 시장을 분석하고 발표하는 것인가? 그런 아이디어가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도대체 김부장은 정신이 있는 사람인가?” 사장의 질책이 있자 회의실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가만히 있던 임원들이 김부장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 김부장은 그런 비판과 야단을 감수해야 할까? 나는 그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발표 자료의 후반부에 사장이 제기했던 제반 이슈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 사장과 김부장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사장에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물었다. 그는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끔씩 정신이 들도록 혼을 내야 일을 제대로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반면 김부장은 상당히 허탈해 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사업 아이디어를 내서 야단을 맞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했는데 괜한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며 “다시는 그런 회의에서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과연 임원회의는 그에게 어떤 도움을 줬을까? 부하의 생각과 아이디어에 대한 사장의 행동은 적절한 것이었을까? 최근 한 회사의 임원과 리더들의 리더십을 진단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부하 직원들이 생각하는 리더들의 부족한 점은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부하 지도 능력'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예측 가능했던 결과였다. 부하들에게 일을 부여하고 그런 일들이 원래 목표했던 결과를 얻고 있는가를 관리하는 리더십은 발달한 반면 이런 일들을 추진해 가고 있는 부하 직원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는 부족함이 크다는 것이다. 이른바 권위주의적인 시대에 형성된 방식, 다시 말해 비판하고 야단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방식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컨설턴트로서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무릇 리더라고 하면 권위가 있어야 하며 아랫사람은 엄하게 다스려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요즘 CEO와 리더들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경영 화두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느냐다. 불확실성을 헤쳐가는 근본적인 힘은 직원들이 가진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여건과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기업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말로는 창의성과 자유로운 사고를 하라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비판하고 야단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엄한 리더십'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니 '필요' 정도가 아니고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이제 세상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원한다. 부드러운 리더십은 부하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리더는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다. 세상은 이제 공포를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이 효력을 내기 힘든 시대가 됐다. 공포보다는 상호이해가 우선 아닌가. 이런 리더십의 시작은 부하의 이야기를 잘 듣는 데 있다. <출처 : 이코노미스트-CEO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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