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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실패왕` 뽑아 상금 주는 회사

부경(扶熲) 김기선 2007. 4. 30. 11:33
혼다, `실패왕` 뽑아 상금 주는 회사
◆초일류 지식기업 리포트(1) / 혼다◆

혼다 홈페이지(www.honda.co.jp)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게 빨간 글자의 혼다 로고와 함께 `꿈의 힘을 믿는다(The Power of Dreams)`라는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이 바로 실패를 장려하는 `혼다이즘`의 요체며 혼다 전 직원들을 무한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하는 도전정신을 나타낸다.

혼다의 자동차박물관 현관 로비에는 창업주가 쓴 친필 `몽(夢)`이 혼다정신을 웅변하고 있다.

`꿈을 향한 도전`은 직원들을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하고 모험을 두렵지 않게 만든다.

이를 위해 혼다는 실패를 권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올해의 실패왕` 제도다.

매년 연구자 가운데 가장 큰 실패를 한 직원에게 100만엔(약 780만원)을 지급한다.

"여러분은 앞으로 6인승 소형 제트기를 타고 자유비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

2005년 7월 혼다는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항공쇼`에서 자체 제작한 소형 제트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자동차회사가 제트기를 자체 제작해 발표하다니….` 혼다를 오토바이회사나 자동차회사쯤으로 이해하고 있던 일반인들은 혼다의 도전에 깜짝 놀랐다.

이에 앞서 2○○○년 11월 혼다는 세계 최초로 스스로 두 발로 보행하는 로봇 `아시모(ASIMO)` 를 선보였다.

아시모 탄생은 혼다의 꿈을 향한 도전을 상징하고 있다.

나아가 회사의 기업정신이 되고 있다.

오토바이업체로 시작해 자동차, 로봇, 제트기를 생산하는 첨단기업의 상징물이 될 수 있었던 혼다의 성장 비결은 바로 창업주가 내건 `꿈의 경영`에서 시작되고 있다.

나아가 꿈이 혼다의 성장을 이끄는 엔진 구실을 하고 있다.

실패를 용서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부여하는 혼다의 경영.

여기에는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의 혼다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혼다에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의 창업주 철학은 그의 사후에도 혼다정신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가 1946년 창업 당시 가진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이동수단에 날개를 다는 것, 항공기 개발이었다.

그 꿈이 창업 60년 만에 비로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최초로 개발한 오토바이 이름도 `꿈(Dream)`으로 정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개발할 꿈을 향한 출발이라는 뜻에서 이렇게 붙였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오토바이에는 `날개`를 형상화한 로고가 붙어 있다.

이제 그 로고가 60년 세월이 흐른 뒤 실현돼 비행기에 부착됐다.

창업주가 제시한 꿈은 전 직원이 꿈의 실현을 향해 뛰도록 동력을 부여했고 이 동력은 기업의 끊임없는 성장을 향한 활력소가 됐다.

직원들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했으며 이 과정에서 신지식경영시대에 필요한 창조형 지식을 직원들 스스로 찾아냈다.

지식 창조이론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는 "혼다는 꿈이라는 비전 제시를 통해 직원들의 지식 창조를 유도했으며 직원들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노하우, 즉 암묵지(暗默知)가 살아 숨쉬는 가운데 지식창조가 이뤄지도록 한 데 성공 포인트가 있다"고 진단한다.

제품 개발과 회사 목표 달성에 대한 꿈, 즉 비전 제시는 직원들이 꿈을 향해 뛰도록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회사의 지원과 협력이 지식 창조를 향해 직원을 춤추게 한다는 결론이다.

회사 목표와 비전 달성에 도움을 주는 창조형 지식이 경쟁력을 발휘하는 신지식경영시대에는 기업들이 원대한 목표와 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혼다는 사장, 부장, 차장이라는 호칭 대신에 ○○○ 씨라고 이름을 부른다.

임원을 위한 독방, 임원실도 없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는 "조직간 벽을 없애기 위해 고정관념을 깨고 직원 인격을 존중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며 "사장이 직원들과 마주앉아 일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혼다의 또 하나 특이사항은 사적인 것을 묻는 게 금지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장이나 직원들이 어느 고등학교나 대학을 나왔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중요한 것은 직원이 실력을 갖췄느냐다.

현직 임원의 아들, 딸은 같은 회사에 취업도 할 수 없다.

혼다가 `도박을 하자(Let`s Gamble)`는 구호를 내건 것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사내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쿠지로는 그의 저서 `지식 창조기업`에서 "조직 내 많은 개인의 암묵지가 보다 큰 목적을 향해 뭉쳐질 때 새로운 지식이 탄생한다"며 "직원들의 현장 경험과 통찰력이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을 창조하는 생명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혼다는 꿈을 실현하려는 직원들의 지식 창조가 혁신을 이끌었고 혁신을 이끄는 데는 매우 품질 높은 암묵지가 큰 몫을 했다"고 진단한다.

[최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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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9 17:34:0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