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가공할 위력의 환경규제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부경(扶熲) 김기선 2007. 9. 3. 11:31
가공할 위력의 환경규제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주축이 된 환경 규제 태풍은 미국과 일본을 거쳐 세계 각지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환경 규제의 선두에 선 EU는 지난 2005년 8월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에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을 도입했다. EU는 또 올해 들어선 신화학물질관리정책(REACH)까지 순차적으로 환경규제를 가동하고 있다.

환경 태풍은 EU에서만 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올해 초부터 WEEE와 RoHS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각지로 환경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국제 사회가 급박하게 움직이면서 그 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국내 기업들도 조만간 들이닥칠 환경규제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먼저 RoHS?REACH 등 주요 규제 내용을 자세히 파악해야만 한다. 그물처럼 촘촘한 환경규제망을 통과하려면 ▲유해물질시험분석 ▲완제품 평가 ▲제출서류 준비 등 챙겨야 할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태풍경보' 수준 규제만 7~8종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지에서 발효 중이거나 시행될 예정인 환경규제는 적게는 수백건, 많게는 수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같은 규제라 하더라도 각 국가별, 심지어 EU 권역 내 국가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별한 대비가 요구된다.

아이뉴스24가 조사?분석한 결과 '태풍경보' 수준의 환경규제만 7~8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경써야 할 환경 규제는 EU의 WEEE, RoHS, REACH, 친환경설계의무지침(EuP) 등과 중국의 RoHS다.

WEEE는 EU를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의 각 주 ▲캐나다 등이 적용하고 있다. EU가 지난 2005년 8월부터 가동한 WEEE는 수출업체가 버려지는 전기전자제품의 무료수거시스템을 구축하고, 폐품처리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올해부터는 전기전자 제품별로 재활용률의 의무를 설정해, 이를 달성할 경우에만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는 EU?일본을 비롯해 중국, 미국, 우리나라 및 동남아시아 등으로 퍼지고 있는 RoHS다. 이 제도는 4대 중금속인 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과 브롬계 난연제 물질 2종(PBB 및 PBDE) 등 6가지 물질이 포함된 전기?전자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EU는 지난 2003년 2월 RoHS 지침을 공표한 뒤 지난해 7월부터 규제에 들어갔다. 별도 단속기관을 두고 표본조사를 실시해 유해물질이 검출되면 ▲시정권고 ▲경고 ▲이행명령 ▲벌금 등의 벌칙과 함께 수입?판매 제한초지까지 발동한다.

중국도 지난 3월 RoHS 시행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11개 분야 1천400여개의 완제품 및 부품에 대해 RoHS 6대 유해물질의 함유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또 올해 하반기엔 별도의 중점관리 품목을 선정해, 중국안전규격(CCC)을 강제적으로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은 환경보호는 물론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제재 조항을 한층 강화했다.

현 시점에서 준비를 서둘러야 할 주요 환경규제 중 하나는 EU의 REACH다.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위해성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는 REACH는 RoHS에 이어 EU의 핵심 규제로 부각되고 있다. REACH 규정상 1톤 이상 화학물질은 반드시 '등록'해야 하고, 100톤 이상은 등록 후 별도 '평가'를 받아야 하다. CMR, PBT 등은 등록?평가 후 별도 '허가'를 얻어야 수출을 할 수 있다.

지난달 1일 발효된 REACH는 사전등록기간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내년 6~11월의 사전등록기간 중 등록을 하면 최대 11년 동안 본등록을 유예받을 수 있다. 반대로 사전등록기간을 놓치면 내년 12월부터 곧바로 까다로운 본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전등록은 EU 내 유일대리인을 선임하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할 수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업체 간 정보공유는 물론 등록?시험 비용을 나눠서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내년 8월부터 발효되는 EuP는 EU 환경규제의 '완성판'이자, 가장 수위가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uP는 제품 설계단계부터 유해물의 사용을 제한하는 환경규제다. EuP가 가동되면 컴퓨터, 냉장고 등 14개 전기?전자 제품이 해당 기준을 만족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는 유럽품질인증(CE) 마크를 부착해야 EU 권역에서 유통될 수 있다.

현재 EU집행위원회에서 이행 방법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각 제품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따라서 대상제품 및 적합성 평가 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소홀하면 '생존' 어렵다

환경규제가 세계 각지로 확산되면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발을 붙이기 힘들게 됐다. 수출길이 막히는 데다 내년 1월1일부터는 국내에서도 자원순환법이 시행되면서 유해물질의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일본의 마쓰시타 등은 지난해 EU의 RoHS 가동과 함께 주요 수출 품목인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및 PDP TV 수입을 금지당할뻔 하는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EU 회원국들의 투표로 PDP의 격벽, 유전체 등에 사용되는 산화납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의 개발?적용이 오는 2010년까지 유예되긴 했지만, 환경규제의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전자업체 소니는 지난 2001년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유럽에 수출하려다가 카드뮴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수입금지 조치와 함께 수 백억원대 손실을 입기도 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적잖은 투자로 각국의 규제에 면밀히 대응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이 정도 위협을 받는 정도이니, 환경규제가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라 할 수 있다.

산업자원부 산업환경팀에 따르면 RoHS 관련 유해물질을 대체하는데 재료비가 최소 2배, 많게는 6배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 구성 소재당 RoHS 6개 유해물질의 시험분석엔 약 25만원이 소요돼, 1개 부품이 10개 소재로 구성된 경우 시험분석만 25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전기전자 폐제품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추가하면 제품가격이 1~3%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환경부는 REACH 규정상 본등록을 위해 국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무려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30~50%의 중소기업이 등록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EU 쪽 수출을 포기할 것이란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글로벌 환경규제의 태풍이 더 거세지기 전에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환경규제 여부를 떠나 환경보호 자체에 대비하지 않으면 점점 설 땅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향후 이천의 D램 공장에 차세대 공정을 도입할 경우 수질이 오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공장증설 및 미세공정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또한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제품을 원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아이뉴스24 사이트에서 독자를 상대로 친환경 컴퓨터에 대해 실시간 조사를 한 결과 3일 현재 646명이 참가해 '비싸더라도 적극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44.2%로 나타났다. 이는 '구입하지 않겠다'는 응답(32.0%)이나 '관심없다'(23.8%)는 의견보다 높은 비중이다.

산자부 정동창 산업환경팀장은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각 기업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비로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전했다.



민관 REACH 공동 대응체제 구축 정부, 19~24일 REACH 등 환경규제 설명회
[환경규제 태풍이 온다-하]정부?기업 '... [환경규제 태풍이 온다-중]뛰는 환경규제...
 
 
[환경규제 태풍이 온다-중]뛰는 환경규제, 기는 중소기업
정보화팀 공동기획 if@inews24.com
환경규제가 세계 각지로 확산되면서 제품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환경 태풍'에 맞서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눈을 돌리면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2000년대 초반부터 환경 규제의 파급력을 강조하면서 정보 제공, 관련 교육 지원 등에 나섰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정보부족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은 환경규제 전담부서를 꾸리는 한편, 친환경 경영을 추진해오면서 상대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 역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먼 것으로 파악된다.

◆대기업 2차 이하 협력업체-독자브랜드 중기 대응 미비

지난 2001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전자업체 27%와 섬유업체 46%가 '환경규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200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조사에선 국내 기업의 87%가 '앞으로 환경 규제가 심각한 무역장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환경 규제 위험성에 대한 경보는 오래 전부터 발령됐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6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7.8%가 올해도 환경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은 환경 규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업 중 86.4%가 '환경문제가 다른 경영과제 이상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환경관리 전담조직을 갖춘 곳은 3.2%에 불과했다. 환경관리 담당자조차 없는 곳은 43.0%에 달했다. 이 때문에 환경 관련 법령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기업이 13.3%에 이르렀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그나마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1차 협력업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기업이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구매제도' '친환경 인증제'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본적인 환경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전자 3사의 1차 협력업체는 2천~3천개 정도에 이른다.

문제는 1만곳 이상에 이르는 혁신형 중소기업과 전체 300만곳을 넘어서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환경 규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기존 1차 협력업체 가운데 대기업이 제시하는 환경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품?장비 등의 납품기회를 해외업체에 내주고 마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이준호 연구위원은 "최근 중소기업들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관세장벽 제거에 관심이 많은데, 환경장벽은 관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환경문제를 도외시하다간 이른 시일 내 환경규제로 무너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환경규제 및 대응책 마련에 대한 정보부족 ▲친환경 제품 개발비 및 생산설비 신설?교체 비용 부담 ▲전문인력 및 장비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 셋톱박스 제조업체 사장은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해외 현지를 방문, 환경규제 관련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제품들의 단종시기가 짧아진데다, 환경규제를 감안할 때 새 제품들의 원가가 적잖이 높아진다는 게 문제"라며 "부품 공급사 선정 때 규제에 맞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요인"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어떤가?

환경 문제에 둔감한 우리와 달리 글로벌 IT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수명이 다 된 IT 기기들을 일일이 수거해 재활용 하거나,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수거?처리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친환경 소재 가운데 전기전자 분야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옥수수다. 옥수수에서 추출된 전분을 이용해 만드는 폴리유산은 식물성 플라스틱으로, PC나 휴대폰의 단단한 외장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후지쯔는 수년 동안의 연구개발 끝에 최근 옥수수를 원재료로 한 PC 외장재를 선보였다. 후지쯔는 이 외장재를 채용한 노트북 'NB80K'와 'NX95W/D'를 내수용으로 출시했다. 이 회사는 식물성 플라스틱을 이용한 환경친화적 소재를 향후 휴대폰 케이스, 스캐너, 정맥인증 단말기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일본의 시스템업체 NEC도 PC 외장재로 옥수수를 이용한 식물성 플라스틱을 채택할 예정이다. 소니도 옥수수를 원재료로 한 집적회로(IC) 카드를 개발해, 사내에 시범 적용하고 제품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



옥수수같은 식물성 소재는 일반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석유 사용량을 줄여주는가 하면, 폐기물을 처리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최대 17%까지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하는 일과 함께 컴퓨터와 프린터 카트리지, 모니터 등을 환경오염 없이 처리하는 일도 글로벌 IT 기업들의 환경경영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PC업체 레노버는 수명이 다된 컴퓨터를 직접 수거해 처리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지난 3월 그린피스 조사에서 세계 친환경 기업 1위에 올랐다. HP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대형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PC와 프린터 카트리지, 브라운관(CRT) 모니터 등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런 'IT 쓰레기 처리장'은 모니터나 노트북 배터리 등에 포함된 수은과 납 등 유해물질을 분리해내고, 분쇄나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도 최소화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 IT 제품에 조금씩 포함돼 있는 금, 주석 등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분리해 주기도 한다.


◆대기업도 더 분발해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일찍부터 해외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선 친환경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품?장비 협력업체들에 대한 환경 관련 기술교육 및 각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친환경 경영을 강화해왔다. 동시에 협력업체 인증제도를 통해 유해물질을 기준치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증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완제품의 환경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 주요기업 환경경영 사례
삼성전자
-2007년 5월 일본기업협의회 'JAMP' 가입 -RoHS 규정 보증제도 서비스 구축 -EU 환경규제 대비 유해물질 없는 부품 사용
LG전자
-2005년 전제품 '유해물질 제로' 선언 -2006년 '에코디자인위원회' 설립 -냉매 대신 지열 활용한 친환경형 에어컨 출시 -환경전문가 채용?양성
하이닉스반도체
-친환경 반도체 제품에 에코마크 부착 -경기 이천공장 구리공정 없이 구축하는 방안 추진 -전체공정 환경오염감시 '내부환경감시단' 발족
삼성SDI
-PDP 생산과정서 납 없앤 '무연솔더링' 기술개발
LG화학
-1991년 '전사환경안전위원회' 발족 -굴뚝자동측정기 설치, 배출농도허용기준 40%로 관리 -REACH 대비 종합대책 마련
팬택계열
-2005년 유해물질배제 관리시스템 구축 -EU 제정 유해물질관리시스템 인증 취득


일례로 삼성그룹은 지난 93년 삼성지구환경연구소를 세워 환경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제품과 원부자재가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규정을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보증하는 '친환경 반도체 온라인 정보제공서비스'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수은을 포함하지 않는 발광다이오드(LED) 개발?공급에 나서고 있고, 삼성코닝정밀유리도 면광원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를 무수은 발광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SDI는 RoHS 규정상 문제가 됐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의 환경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납 없이 땜질하는 '무연솔더링' 기술의 개발에 성공하는 등 계열사 전반적으로 환경규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환경규제 관련 대응에 있어 2차 이하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미래 고부가가치 전략사업인 친환경 기술 개발에 더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기술 개발이나 유해물질 시험분석 등 환경규제 연관시장을 선점하는 부분에선 해외 선진기업에 뒤처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선 버려지는 휴대폰 처리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에서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이 발효된 지 오래지만 국내에선 정부 부처와 휴대폰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들의 대처가 미흡해 폐휴대폰의 환경오염 시비가 일고 있다. 또 휴대폰 중국수출 등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휴대폰재활용협회의 박균형 사무국장은 "현재 폐휴대폰 처리상황은 바젤협약에 위반되고 환경재앙을 초래하고 있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지난 3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조사한 세계 14개 컴퓨터 및 휴대폰 제조사들의 환경친화도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5위에 올랐고, LG전자는 12위에 그쳐 환경문제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개선 의지가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10대그룹 최고경영자(CEO) 초청간담회에서 "신화학물질관리정책(REACH) 관련 설문조사를 했는데, 환경규제 실무자들이 'CEO의 인식부족 때문에 준비가 잘 안 된다'고 답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그룹 박종식 부사장은 "그동안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몰두하면서 환경문제는 경영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더 이상 환경규제를 등한시하면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없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환경문제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환경규제 태풍이 온다-하]정부?기업 '환경선진국' 갈길멀다
정보화팀 공동기획 if@inews24.com
해외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정부 기관들은 나름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노동부, 중소기업청 등은 오래 전부터 각종 시책을 마련해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선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은 원활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와 기업 간의 괴리감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환경 규제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발상의 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 부처는 환경정책과 관련해 개선할 점을 지속적으로 찾아 고치는 한편, 기업들도 환경규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환경 관련 교육?홍보, 자금지원, 기업들의 대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이미 각종 지원체계 갖춰

정부는 수 년 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각종 환경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환경부와 산자부, 외교통상부 등 11개 부처는 합동으로 '신화학물질관리정책(REACH)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REACH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중소기업중앙회 등 단체들과 환경규제 관련 포럼도 개최키로 했다. 중소기업들이 비용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평가를 돕기 위해 전문시험기관(GLP)을 육성하고, 대체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부처별로 분산된 산업계 도움센터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환경문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산업계 협의체' 구성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기관들이 수행해온 환경규제 관련 대응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산자부 기술표준원은 지난 4월 16~17일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환경규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정부의 환경규제 지원제도 ▲EU?중국의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동향 ▲국제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REACH?친환경설계의무지침(EuP) 대응전략 ▲전자업계의 대응사례 등 환경규제에 대한 정보를 총체적으로 전달했다.

이밖에 중기청은 중소기업의 해외인증획득 및 친환경제품 생산설비 신설?교체, 유해물질 분석장비 무료개방 등 직접적으로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자금?설비지원에 나서고 있다.

◆환경규제 한눈에 알수없나…통합사이트?정부창구 부재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다양한 환경규제와 관련해 종합적인 정보를 취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 조사에선 좀 나아졌지만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에서 49.6%에 달하는 응답자가 '정보 제공이 시급하다'고 한 것은 정부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뉴스24가 정부와 민간의 환경 관련 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각국의 규제동향과 대응책 ▲유해물질 시험분석을 위한 안내 ▲정부의 각종 지원대책 등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통합사이트가 없었다.

산자부가 환경규제대응 포털시스템으로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국제환경규제대응네트워크(www.n-cer.com)가 지난 1일 새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 환경규제 포털이라 칭하기에 각종 정보나 자료체계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가 하면 REACH 관련 사이트만 해도 산자부가 관리하는 기업지원센터(www.reach.or.kr)와 환경부의 대응센터(www.reach.me.go.kr)가 중복 운영되고 있다.



각국의 환경규제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담당 부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환경규제 관련 정보나 지원정책을 문의하려면 산자부?환경부?중기청 등 기관별로 일일이 연락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각 규제별로 담당자를 찾아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정부는 환경규제 관련 지원체계를 강화해왔지만 기업들이 이를 훤히 알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는 환경규제 포털사이트가 없다는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정부에서도 복잡한 환경규제 관련 업무를 어느 한 부처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기업과 정부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맞춤형 교육' 더 매진해야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하려고 하니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한 자금지원과 관련 교육 및 정보제공이 절실하다"(울산 A사).

"환경규제 관련 규정도 많고 정부의 지원대책도 다양한 것으로 아는데, 관련 교육이나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경남 김해 B사).

정부가 부처별로 전국순회설명회와 대규모 국제컨퍼런스를 진행해오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정보부족을 호소하는 것은 교육이나 설명회의 내용 또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설명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C사 대표는 "정부 부처의 눈높이에서 실행되는 환경규제 관련 정책은 중소기업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복잡한 환경규제의 내용이나 정부 정책을 중소기업 입장에서 실행하고 설명해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경규제의 심각성을 좀 더 쉽게 홍보하는 한편, 만화책이나 영상물과 같은 형식으로 꾸며 안내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가 하면 범정부 환경정책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연구원은 "환경부는 기업을 배려치 않고 과감하게 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산자부 쪽에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충돌하는 등 부처 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자금사정상 환경 부문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부처별 설비?자금 지원 정책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안내하고 지원규모 또한 늘릴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들, 환경경영체계 구축-협력사 공동대응 나서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300인 이하 중소기업 가운데 과 단위 이상의 환경관리 조직을 갖춘 곳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3~4%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환경관리 담당자조차 없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환경규제 대응에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도 이젠 환경경영체제를 갖춰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도 대표이사를 운영위원장으로 환경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연구개발?구매?제조?품질의 각 단계에서 일괄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환경안전팀의 김기정 과장은 "조직을 다듬고 환경규제 관련 정부지원기관들의 정보 및 지원사업을 토대로 접근한다면,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환경경영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경경영 앞장서는 잉크테크

전자잉크 전문업체 잉크테크(대표 정광춘 www.inktec.com)는 지난 2003년 국제 환경제품기준인 ISO14001 인증을 얻었다. 이 회사는 또 지난 2004년엔 경기환경그린대상을 받았고, 2005년엔 안산시 환경관리모범사업장으로 지정되는 등 환경경영 우수 중소기업으로 꼽힌다.

잉크테크는 잉크제조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기물 및 부유물이 포함된 폐수를 자체 폐수시설로 처리해 내보낸다. 잉크테크가 잉크카트리지 및 토너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는 물리적 침전과정을 거쳐 고체와 액체가 분리되고,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처리를 마치게 되면 공장 및 사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깨끗해진다.



잉크테크는 사무용품 및 생활용품 분리수거 정도를 부서별로 평가해, 우수 부서에 포상을 주는 등 일상에서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EU의 환경규제 REACH에 대해서도 준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초부터 경영전략 회의를 열어 등록해야 하는 제품을 파악했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REACH 사전등록 준비를 마친 잉크테크 측은 "자료나 금액 면에서 한 업체가 환경규제 준비비용을 부담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자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는 REACH 컨소시엄은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송화일 품질기획 파트장은 "기존의 ISO9000, ISO14000 등은 시스템만 있고 세부적으로 많은 자료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며 "최근 등장하는 환경규제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아,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은 물론 같은 업종의 협력업체들과 공조 체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직?간접적으로 대기업과 제품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친환경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고, 해외 규제기관에 대한 등록업무를 대신해주도록 요청할 수 있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의 환경규제 관련 컨소시엄은 복잡?다양해지는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대우차 등이 뭉친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올해 초 협의체를 구성해 환경규제 관련 법규해석 및 정보공유?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 원?부자재 업계가 공동으로 해외 환경기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종 규제에 일일이 대응키 어려운 중소 제조사 및 협력업체들을 위해 공동의 안내서를 만드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이밖에 중소기업들도 정보부족을 탓하기보다 해외 환경규제 동향을 스스로 파악하고, 정부의 지원정책에 더 관심을 갖는 자세가 요구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환경규제에 의한 수출 포기라는 극단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