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건가? 낚인건가?.....나의 '사내결혼' 이야기
건진건가? 낚인건가? 나의 사내결혼 이야기
제가 1984년 10월 결혼해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더니 버스에 탄 22쌍중에 거의 절반이 놀랍게도 사내커플이더군요.
경찰관, 공무원, 대기업직원, 군인 등 종사하는 직업도 다양했습니다.
저희 역시 사내 커플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연구소 다닐 때 '금속분석실'에 근무 하던 지금의 아내를 오락게임 가르쳐 준다면서 살살 꼬셔서 내기를 했고 어떻게든 이겨서 영화도 보고 놀러도 나니다가 결혼에 골인 한겁니다.
당시 실내오락게임중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겔로그'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게임에는 일가견이 있었거든요,
한 싸이클을 돌면 대략 36만점이 되는 데 제가 한 두바퀴쯤 돌렸습니다.
당시 오락실에 가서 자리잡고 '겔러그'를 하다보면 주인이 대충하고 가라고 돈 도로 내주면서 나가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아내될 사람과 '겔로그'로 '영화구경시켜주기' 내기를 한거지요,
'나오는 점수에 10배로 내기를 걸자!"
당연히 내가 이겼고 명동 중앙극장에서 헤리슨포드의 '인디아나존스'영화를 같이 보고 바야흐로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당최 되지 않는데도 내기를 했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걸려든건지" "내가 낚는건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사내 커플이란건 역시 남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어려운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최근에 이르러 더 심해 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직장생활이라는 게 개인적 시간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향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즉 '임'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 드니 '뽕'을 따기가 어렵다는 얘기겠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공개해놓고 자연스럽게 예약커플로서 근무하는 젊은이들도 있다니 격세지감입니다.
제 경우는 결혼하기 일주일 전까지 아무도 몰랐더랬습니다.
사실 결혼하기전에 약혼식도 몰래 올렸었는 데 그것도 몰래 치렀습니다.
양가 어른들과 친한 친구들만 초대해서 여의도 조용한(?)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했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주 월요일 가슴이 덜컹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도 철통같은 보안(?)속에 약혼식을 거행했음에도 누군가 알고 있는듯한 얘기가 들렸습니다.
공교롭게도 약혼식당인이였던 토요일 오후 당직근무를 선 분이 바로 아내와 무척 오랫동안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분으로서 소위 직장의 '사수'였거든요.
그 분은 국립기술시험원(지금의 기술표준원)에서 부터 아내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기계연구소로 옮겨 올 때도 같이 왔고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 친구가 "약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축하한다!!!"라는 축하전보를 회사로 보냈는데 이 축전을 당직자가 보고 황용희씨가 약혼을 하다니, 잘못 알았겠지하고 넘어 갔다는 겁니다.
실제 그렇게 넘어가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그 후 결혼 소식을 듣고는 대노(大怒)하여 저와 담을 쌓고 말았습니다.
정말 믿었던 측근으로부터 받은 큰 배신감이었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는 알렸어야지."였습니다.
실은 그런 분들이 서너분 되었는데 모두 싹싹 빌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대부분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면서 사정 얘기를 하고 나름대로의 고충을 토로하면 '잘 살아라!'하고 바로 용서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유달리 그 분은 두어달간 눈초리도 맞추지 않았는데 '일단난감'ㅇ;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도 곧 수주한잔 기울이면서 풀고 축하를 받았습니다.
"저 말이죠, 황용희씨 있나요?"
괜시리 딱딱한 목소리로 전화걸었고, 받기도 했습니다.
누가 알아차릴까 일부러 사무적으로 전화를 받았던 겁니다.
어느 땐 각자 따로 정문을 나서고 버스정류장엣 만나 시내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버스에 다른 남자직원이 타더니 나의 '미스황'과 다정히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내까지 가는 겁니다.
저는 얼떨결에 다른 좌석에 앉아서 외로이 엿들으면서 가게 된 일도 있습니다.
사내커플이 결혼하게 디면 좋은 점은 우선 정확히 상대방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신상명세, 건강상태, 친구성향 등등이 정확하지요.
또 단점은 정말 중요한데,
남자의 수입원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기 때문에 '삥땅'이 불가해진다는 겁니다.
예비커플 남자분들은 미리 조치를 좀 해두시고 결혼하셔야 저 같이 황당하게 얼떨결에 무장해제 당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헛트게 듣지 마시고 단도리 잘하세요.
아래 글른 예비 사내커플에게 드리는 수칙입니다.
참고하세요.
<<< 사내커플 수칙 10계명 >>
1. 입에 자물통을 채워라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무조건 비밀을 지켜라
2. 커플 아이템엔 눈길조차 주지 마라
:커플링을 맞추는 건 교제사실을 알리는 지름길이다
3. 귀머거리 3개월·벙어리 3개월·장님 3개월이 되라
:회사에선 애인을 보지도 말고 애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4. 들켰을 땐 한 술 더 떠라
:‘어떻게 알았어? 우리 사귀는 거 맞아’라고 말하면 오히려 농담인 줄 안다.
5. 안면근육을 길들여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라
:‘결혼하는 사람 따로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는 건 기본이다.
6. 근무시간엔 남처럼 등을 돌려라
:근무시간은 물론, 회식 자리에서도 멀리 떨어져 앉는 게 좋다.
7. 뛰어봤자 ‘벼룩’임을 명심하라
:애인에게 거짓말 해봤자 하루도 못간다. 왠만하면 솔직히 말하자.
8. 네 애인의 아이템을 탐내지 마라
:‘애인인데 어때…’하며 업무 아이템을 빼가기 시작하면 관계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9.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둘만의 비밀로 지켜라
:애인이 해준 이야기를 다른 동료에게 무심코 말하는 순간,
연인의 신뢰도 금세 깨진다.
10. 애인의 스케쥴 보기를 돌같이 하라
:‘오늘 누구 뭐한대?’란 질문에 무심코 ‘가족 모임 있다던데’라고
무심코 대답하지 않으려면 애인의 스케쥴에 무심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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