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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에도 순항하는 돛단배 경영

부경(扶熲) 김기선 2008. 11. 11. 16:05
역풍에도 순항하는 돛단배 경영
홍정석 | 2008.11.11
최근 들어 파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합병되는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당 산업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과 매출 규모로 끊임없이 성장할 것으로 여겨지던 거대 기업들마저 좌초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이는 불확실성이 과거보다 훨씬 변화무쌍해지고 그 파급효과가 확대되었음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유일한 동력원인 돛단배가 변화무쌍한 역풍에도 불구하고 순항할 수 있는 것은 바람의 정도에 따라 빠르게 돛을 펴고 접고, 바람의 종류에 따라 선체 무게중심과 각도를 잡는 방법을 통해 역풍을 잘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진화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토대로 불확실성을 인지하는 통찰력을 키우고 내부 인재와 외부 인재의 다양성 및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 목 차 >
 
Ⅰ. 거대 기업의 몰락과 불확실 
Ⅱ. 불확실성의 진화 
Ⅲ. 역풍에도 순항하는 돛단배 경영 
Ⅳ. 불확실성은 리더의 숙명
 

Ⅰ. 거대 기업의 몰락과 불확실성
 

올해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경영 환경을 설명하면서 즐겨 쓰는 단어는 ‘역풍(Headwind)’이다. 릭 왜고너(Rick Wagoner) 제너럴모터스(GM) 회장도 올해 초 한 컨퍼런스에서 “최근 자동차 업계가 강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 밖에 야후(Yahoo), 와코비아(Wachovia)은행, 하인즈(Heinz)사 등의 CEO도 공통적으로 올해 기업경영 환경을 설명하면서 역풍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GM과 야후는 부진한 실적에 허덕이고 있고 심지어 와코비아는 웰스 파고(Wells Fargo)에 인수 합병되고 말았다. 최근 역풍에 직면하여 어려움을 겪거나 몰락한 기업들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지난 달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꼽은 ‘미국 역사상 10대 파산 기업’ 명단을 보면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를 비롯하여 월드컴(WorldCom)이나 엔론(Enron) 등 소위 ‘대마불사(大馬不死)’로 여겨지던 거대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표>참조). 파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항상 글로벌 기업 순위 상위 랭킹에 속해 있던 이들에게 왜 이처럼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역풍(Headwind)에 좌초하는 거대 기업들

앞서 언급한 미국 10대 파산 기업 중 엔론(Enron), 월드콤(Worldcom), 레프코(Refco)는 모두 파산 직전 자산 규모가 4조원 이상의 거대 기업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가조작, 횡령, 뇌물수수, 분식회계 등을 통해 회계 부정을 자행하다가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강화라는 역풍에 몰락하고 말았다. 이 중 포춘(Fortune)에 의해 여섯번이나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 불렸던 에너지 기업 엔론의 중역들은 고액의 보너스를 받거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부거래와 장부 조작으로 부채와 손실을 은폐하고 실적을 조작했다. 그러나 경영의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그 결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결국 자산매각, 타 에너지 회사와의 합병 등의 다양한 회생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산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베니건스(Bennigans)는 과거 20~30년 동안 레스토랑 업계를 석권해 온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 기업은 ‘개성 중시’와 ‘웰빙’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 매장 운영과 정크푸드로 시종일관하였다. 게다가 경쟁업체들이 맛이나 유기농 식재료 사용 등 고객 가치 제고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는 것과는 달리 비용 상승을 타개하기 위해 값싼 쇠고기 재료를 사용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환경 변화로 인한 역풍에 둔감하였던 베니건스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최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GM을 보자. 최근 GM 부진의 주원인은 판매 감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매 감소의 근본 원인은 유가 상승과 경쟁업체들의 공세라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신기술이나 신차개발에 소홀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도요타(Toyota)는 유가 상승이라는 역풍 속에서 전략적으로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함으로써 경기 침체로 인한 판매 감소라는 역풍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었다. 

2000년 20억 달러를 상회하던 영업이익이 2005년에는 6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한 코닥(Kodak)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닥은 시장이 디지털 영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영상 시장에서 쌓은 경쟁 우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2000년대에 들어서야 디지털 관련 사업에 본격 투자하였고 그 결과 디지털 영상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후지(Fuji)에 선도기업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그림 1> 참조).

이처럼 최근 기업들에게 불어 닥치고 있는 역풍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과연 거대 기업들마저 견디어 내지 못하고 있는 최근 역풍의 실체는 무엇일까?

기업에게 역풍은 불확실성

역풍이란 사전적으로 ‘나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같은 의미로 선원들은 ‘맞바람’이라는 용어를 즐겨 쓰기도 한다. 역풍을 여기서 말하는 배가 항해하는 반대 방향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이라는 의미로만 해석하면, 기업에게 역풍이 의미하는 바는 고유가, 고금리, 대체재 출현 등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Risk)요소로 한정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역풍은 이처럼 단편적인 의미만이 아닌 보다 다양한 양상과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업 환경을 얘기할 때 우리는 흔히 ‘위험과 불확실성’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동일선상에 놓고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최근 기업 경영 환경에서 이 두 단어의 의미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영학에서는 위험(Risk)을 미래수익율의 변동성이라 정의한다. 예컨대 미래 수익의 변동성이 작으면 덜 위험한 것이다. 수학적으로 그 값은 수익률 확률분포의 분산이나 표준편차로 계산된다. 이 때 확률분포를 아는 경우를 위험이라 하고 확률분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를 불확실성이라 한다.

한편 시카고 학파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나이트(Frank Knight)도 경영 환경이나 내부조직이 낳는 불확실성에도 계산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측정 가능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객관적 확률, 측정 불가능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주관적 확률로 구분하여 전자를 위험, 후자를 불확실성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은 상황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어 유사한 상황을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의 급격한 환율 변동과 같은 요소들은 위험보다는 불확실성의 개념에 가깝다. 발생 확률을 측정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형성되는 유사한 상황을 정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역풍은 위험은 물론 불확실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발생할 확률을 알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측정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에게 있어 역풍이 의미하는 바는 예상 가능한 계절풍뿐 아니라 국지성 바람 및 다양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항해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Ⅱ. 불확실성의 진화
 

알 수 없는 미래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단어를 대중화 시킨 사람은 경제학자 갈브레이스(Galbraith)였다. 그가 1970년대 상황을 진단하며 내놓은 책이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인데, 이 책은 그 당시 오일 쇼크와 맞물리면서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공전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인 매킨지(Mckinsey)에 근무하는 휴 커트니(Hugh Courtney)는 ‘불확실성하의 전략(Strategy under Uncertainty)’이라는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을 4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였다(<그림 2>참조). 그는 여기서 예측이 가능한 명확한 미래를 첫 번째 수준, 선택 대안이 있는 미래를 두 번째 수준,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가변적인 미래를 세 번째 수준의 불확실성이라 하며 네 번째 수준은 완전히 모호한 미래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서 그는 기업의 전략적 문제의 절반 정도가 두 번째 내지 세 번째 수준에 속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첫 번째 수준에 속하는 문제라고 하였다.

최근 거대 기업의 부진 원인이 되고 있는 불확실성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의미하는 네 번째 수준에 가깝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최근 상황은 미래를 명시할 수 있는 모든 관련 변수들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진화 요인 - ① 불규칙한 주기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성

우선 불확실성이 과거보다 훨씬 변화무쌍해졌다. 무엇보다 주기가 불규칙해졌다. 과거에는 오일 쇼크, 남미 외채 위기, 아시아 금융 위기 등 감당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기 침체를 경험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호황이 찾아오곤 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경기는 일정한 순환과 주기를 타는 것으로 이해해왔고 이러한 생각이 대체로 들어맞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거 경기 주기의 경험을 적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과거엔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좋아지는 호황다운 호황이 최소한 4~5년마다 한 번씩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경기가 좋아져도 서민들이 체감하기도 전에 바로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리로 나가 택시를 타거나 음식점에 들어가 “경기가 어때요?”라고 물으면 “경기가 언제는 좋은 적이 있었나요.”라는 퉁명스런 답변만이 돌아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경기사이클이 불규칙해짐에 따라 투자회수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내부유보금을 늘려 경기하락에 대비하려 하고, 소비자들 역시 가처분 소득의 증가라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지갑을 닫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성이다. 과거 금 가격은 경제가 어려워져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항상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유동성 과잉 현상이 빚어지면 상품 시장에 거품이 발생하지만, 금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금 값은 이 전통적 관행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금은 최저치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유가나 구리와 같은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진화 요인 - ② 나비 효과

또한 글로벌 경제 동조화로 인해 불확실성의 파급 효과가 매우 광범위하고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멜라민 분유’ 파문을 보자. 중국 유가공업체들이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분유에 첨가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발생한 파문은 중국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 범위 역시 유제품뿐만 아니라 과자나 커피크림 등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산은 무조건 기피하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식품 전면표시제 시행과 더불어 식품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엄격한 멜라민 기준치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국제적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글로벌화와 정보화가 확대되면서 아무리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된 불확실성일지라도 순식간에 세계 전역에 걸쳐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게다가 자본의 이동에 관한 규제가 있던 시절에는 한 지역에 경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규제가 방화벽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여,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가간의 상품 이동은 물론, 자본의 이동도 거의 자유화됨에 따라 한 지역에서 발생한 위기는 전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 증시 동조화로 증권사 직원뿐 아니라 국내 주식에 투자한 주부들까지 밤잠을 설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Ⅲ. 역풍에도 순항하는 돛단배 경영
 

이처럼 불확실성이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문제의 실체 파악도 힘들뿐 아니라 그 파급 효과도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을 이러한 불확실성을 부정적인 요소로만 인식하여 회피하려고 하거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최소화하려고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돛단배가 역풍을 피하려고 하거나 역풍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한다면 원하는 목적지에 신속하게 도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기업들의 대응 방식으로는 더이상 기업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바람이 유일한 동력원인 돛단배가 순풍에서는 물론 역풍을 맞고서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서 기업들의 불확실성 대응에 관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역풍도 활용하는 돛단배

초창기 돛단배는 돛의 방향이 배와 수직이었다. 따라서 순풍이 불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역풍을 맞으면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먼 과거에는 돛단배가 근거리만을 이동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후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배가 점점 커지면서 돛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원래 돛의 방향을 바람과 수평 방향으로 바꾸고 제내커(Gennaker)라는 보조 돛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돛의 크기가 커지더라도 조절이 용이해졌고 더 많은 바람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이전보다 빠르게 순항할 수 있게 되었다(<그림 3>참조).

이후 더 많은 지역으로 이동이 필요해지고 동시에 왕복 이동을 위해 역풍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지브세일(Jib Sail)이다. 지브세일은 역풍이 불 때 제내커(gennaker) 대신 사용되는 작고 팽팽한 삼각형 모양의 돛이다. 돛단배가 지브세일을 이용하여 역풍에도 순항하는 원리는 비행기 날개에서 양력이 발생하여 비행기가 뜨게 되는 원리와 동일하다. 비행기 날개 주위를 흐르는 공기의 속도는 날개 윗부분에서 빠르고 날개 아랫부분에서는 느리다. 이 경우 공기 흐름의 속도 차이 때문에 속도가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느리면 압력이 높아지는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라, 날개 윗부분의 압력은 낮아지고 아랫부분의 압력은 높아진다. 비행기를 뜨게 하는 이 압력을 양력(lift)이라 하는데 이것이 돛단배에도 적용된다.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돛의 주위에 공기가 흐를 때 돛을 경계로 하여 형성되는 양력을 받아 순항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흔히 생각하기에 바람이 유일한 동력원이라 변화무쌍한 역풍 앞에서는 더이상 전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여기는 돛단배이지만, 이러한 역풍 활용 덕분에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식 요트로까지 진화할 수 있었다. 만약, 역풍을  활용하려 하지 않고 역풍을 피하고자 역풍이 불지 않을 때나 적게 부는 지역에서만 사용되어졌다면 돛단배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돛단배 경영의 성공 포인트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불확실성을 회피하거나 관리하는 데만 주력해서는 경쟁사들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확실성이 진화하고 있는 최근 경영 환경에서 이러한 대응 방식은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1. 역풍에 민감해져라
 
돛단배가 역풍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역풍을 즉각적으로 인지하고 방향과 강도를 정확히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역풍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인지했더라도 방향이나 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역풍을 활용하기는 커녕 역풍에 배가 뒤로 가거나 전복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한(漢)의 대원수 한신이 초패왕 항우를 타도할 방도를 묻는 소하에게  ‘기(機)를 보고 병사를 움직여야 하며, 묘책은 현장에서 상대를 보며 생각해내야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기업들도 진화하고 있는 불확실성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의 실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통찰력이란 불확실성의 실체를 정확히 읽어 내는 전략적 감수성과 창의적 해석 능력, 그리고 변화의 흐름을 타는 사업 적응력을 말한다. 이것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신호들 중에서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신호와 무의미한 교란 요인들을 남보다 한발 앞서 정확하게 식별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전략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통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Market Intelligence를 확보해야 한다. 미래의 고객가치는 속도, 연결과 소통, 재미와 감성, 참여와 협력 등에서 도출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본업의 가치 창출방식이 이러한 고객 가치에 부합하는지 세밀하게 살피면서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구글(Google)은 디자인을 시의적절하며 유용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특별 훈련을 시킨다. 예컨대 직원들이 생각하는 2년 후의 구글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직원들은 미래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볼 기회를 갖고, 기업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의 혁신적인 통찰력을 얻게 된다.

캐터필러(Caterpiller)는 2004년 당시 경기 호황과 더불어 최고의 위상을 떨치고 있을 때 경기침체기를 대비하고자 하였다. 이때 가장 중점적으로 한 활동이 이미 납품하고 있는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귀찮아 보이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달갑지 않은 엔진 부품 재(再)제조 요구에서 시장의 기회를 읽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고객 니즈를 바탕으로 충분한 재생 부품 확보와 대량 생산으로 인한 단가 절감을 도모하고자 미개척 거대 시장인 중국 내부로 재빨리 진입하는 기민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2. 지브 세일을 확보하라
 
돛단배는 기존 돛의 방향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보조 돛을 적용하는데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풍을 활용할 수 있었다. 기업들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안정적인 시스템과 과거의 성공 경험, 조직에 널리 퍼진 관성(Inertia)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자기도 모르게 기존의 사업 방식만을 맹신하는 경직된 사고를 버리고 기업 밖에 존재하는 시장과 고객을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전역에 산재되어 있는 최고 수준의 경영자원을 확보하고 이들의 역량을 최적의 상태로 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다. 글로벌화가 확산되면서 사업에 필요한 자본이나 공급자는 상대적으로 넘쳐나지만 새로운 사업 모델 진출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는 더욱 귀해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하고 이질적 역량을 갖춘 내부 인재 육성을 위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영입하여 내부 인재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크로싱 더 캐즘(Crossing the Chasm)’의 저자인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는 기업의 혁신 활동들이 대부분 실패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내부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관성은 소위 주력 사업이라고 하는 곳에 많은 자금과 인력이 묶여 있게 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며, 경영자들은 상대적으로 사업 비중이 큰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 흐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내부와 외부 자원을 적절히 재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GE는 최고의 인력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CEO인 이멜트(Immelt)는 ‘GE의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업계의 일부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역설하며 먼저 제조업 중심의 문화를 지닌 기업을 쇄신하기 위해 내부 인재의 전문성 강화에 주력한다. 대표적인 예가 GE 헬스케어 사업부의 수장인 빌 카스텔(Bill Castell)이다. 그는 GE의 전형적인 임원과는 다르게 자신이 속한 업계에 완전히 몰두해 있으며 맞춤형 약품의 미래에 관한 한 선도적인 인물이다. 이멜트는 그를 그 자리에 앉히면서 사업부의 본사 위치를 미국이 아닌 영국의 마을 샬폰트 세인트 가일스에 마련해 주는 정성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과 경험, 정신자세를 겸비한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다. 그가 최근 몇 년간 1천 7백명 이상의 새로운 세일즈와 마케팅 직원을 영입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인텔(Intel)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기존의 모습을 과감히 버렸다. 그 중심에는 현 CEO인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가 있었다. 그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명성과 인지도를 쌓아온 기업 로고를 수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업의 DNA까지 완전히 바꾸고자 기업 내 모든 성역(Sacred cow)들을 제거하고 있다. 심지어 인텔은 바이브를 탑재한 기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계를 계속 사용해도 좋을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이어져온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공고한 관계까지도 재고하고 있을 정도이다.
 
3. 선장(Skipper)과 선원(Crew)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바람이 거세지고 폭풍이 몰아치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선장과 선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급박한 환경에서 선장의 지시를 한번에 제대로 알아 듣고 선원 끼리의 공조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만 배가 전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직면한 불확실성에 대해 경영자가 제대로 한번에 알려주고 이를 구성원들과 왜곡 없이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구성원들과의 건강한 소통관계를 유지하고 이들의 요구를 경영전반에 최대한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기업 내부 구성원들간의 충분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실행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수직적인 ‘보고와 지시’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수평적인 ‘질문과 토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기업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소통과 참여의 창구를 마련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 때 성공의 관건은 얼마나 내부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이다.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구체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돛단배에서 선장이 아무리 다양한 방법을 통해 행동을 지시하더라도 선원들이 정신 없이 뛰어다니지 않는다면 그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몰락한 리먼 브러더스와는 달리 생존에 성공한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의 경우, 구성원들이 기업 전략 및 조직의 변화는 곧 고객을 위한 변화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고객 우선의 기업 문화를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 그 결과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우선시하여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리스크 관리를 수행해 왔고 그 결과 여전히 선도 기업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BP(British Petroleum)는 앞으로 환경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될 것을 예견하고 화학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Beyond Petroleum’이라는 슬로건 하에 소매 사업의 비중을 매년 10% 이상 확대하고 천연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였다. BP는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변화의 당위성을 전달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 사원들이 실제로 등장하여 새로운 변화의 이유와 구체적인 내용을 체험하는 홍보용 영화를 제작하였다. CEO의 일방적 연설이나 전형적인 교육 방식보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화의 필요성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4. 킬(Keel)을 확보하라
 
돛단배는 선체가 가벼운 데다 선체에 비해 돛이 크기 때문에 강한 바람에 쉽게 휘청거린다. 하지만 전복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는 선체 아래에 수직 날개처럼 생긴 ‘킬(Keel)’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속에 잠겨 보이지는 않지만 배가 좌우로 기울어질 때마다 물속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기업에게 킬은 무엇일까? 바로 기업의 핵심 역량이다. 변화무쌍한 불확실성을 활용하여 성공기업으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본업과 관련해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상의 핵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 때의 핵심 역량은 기업 활동(Value Chain)상의 한 부분이나 어떤 특정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 기업이 가장 잘해온 분야의 본질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경험과 지식, 앞으로의 기업 비전과 얼마나 잘 부합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탈제조가 가치 창출의 중심이며 사업 측면에서도 자원이나 서비스업이 더 유망할 것이라는 견해가 팽배하지만 이는 모든 기업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일례로 미국의 빅3 기업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된 도요타(Toyota)의 핵심 역량은 특유의 생산시스템(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을 기초로 원가절감과 공정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제조’ 역량이다. 도요타는 이를 토대로 끊임없는 개선과 현지화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제품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HP도 마찬가지다. 부진한 실적 탓에 피오리나를 축출하는데 한 몫을 담당한 IT 컨설팅 분야의 기술 솔루션 그룹(Techenology Solution Group)은 IBM이나 델(Dell)에게 완전히 압도당해 거의 무가치하다고 평가 받았었다. 하지만 HP는 데이터 센터를 설계하고 구축하며 관리하는 일을 돕는 것이 자신들이 가장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는 핵심 역량임을 깨닫고 스토리지와 소프트웨어 부문을 집중적으로 강화하였다. 이와 동시에 IBM의 제품들과 진정한 차별화를 지닌 기업 고객들을 위한 뚜렷한 전략을 구사하였다. 즉, IBM이 컨설팅 서비스와 고위급의 기업 전략을 돕는 방식이라면, HP는 기업들이 기술 장비를 유지하고 가동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해결해주는 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킬인 핵심 역량이 확고하다면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잠시 흔들리는 경우는 있을지라도 좌초하는 일은 예방할 수 있다.
 

Ⅵ. 불확실성은 리더의 숙명
 

1980년대 크라이슬러를 파산에서 구해내고 위기 관리와 변화의 심벌로 떠올랐던 리 아이어코카는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가장된 위대한 기회를 항상 접하며 산다.”라고 말했다. 최근 불확실성이 진화하면서 기업들에게 더욱 많은 위기와 기회의 순간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의 결단력'이다. 특히, 작금의 불확실성 상황하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전쟁터의 장수들보다 더 날카로운 결단력을 요구 받는다. 따라서 기업 전쟁에서 리더는 항상 머리 위에 시퍼렇게 날선 칼을 이고 있다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사실을 잊는 순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거대 기업들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전쟁 철학자인 클라우제비츠(Clausewitz)는 아예 불확실성을 동반자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역설적이지만,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리더는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 밑에서 불안하게 사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위기야말로 자신의 리더십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이 리더들의 숙명이다. 이러한 숙명을 안고 돛단배에 올라 자신 있게 ‘호이스트(돛을 바꿀 때 쓰는 신호)!’를 외쳐보자.
 

< 참고문헌 >

Erik Abranson, History and Evolution of the Sailing Yacht, 2007

Hugh Cowthey 외 2인, Strategy Under Uncertainty, 1997

Frank knight, Risk. Uncertainty and Profit, 1921

Geoffrey A. Moore, Dealing with Darwin, 2005 

 
계단형 인재가 되어라
조범상 | 2008.11.10
경력 단계별로 지위와 역할에 맞는 역량들이 있다. 단계별 필요 역량들을 개발시키지 못한다면 조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경력 단계에 맞는 역량을 배양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로의 비약적인 도약이 가능한 계단형 인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인재를 가려내고 보상, 육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과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 성과 관리 시스템의 출발점은 각 개인의 역량 평가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역량 평가는 조직 구성원이라면 모두 갖춰야 할 공통 역량과 직급 또는 경력 단계별 역량으로 구성된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공통 역량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위와 역할에 맞는 필요 역량과 수준을 파악하고 개발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인간의 생애를 여러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 특징을 정의하듯, 개인의 경력 개발 측면도 크게 네 단계, 즉 경력 초기(배양기), 경력 중기(성장기), 경력 후기(성숙기), 경력 말기(완성기)로 구분할 수 있고 각 단계별 필요 역량들을 정의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만약 단계별 필요 역량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직장인들이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동화의 주인공 피터 팬처럼 나이에 맞는 역할을 습득하지 못하고 현재 상황에 주저앉으려는 심리, 일명 어른아이)’을 겪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자격 팀장’처럼 팀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도 여전히 팀원의 시각으로 조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팀장으로써 갖춰야 할 리더십 역량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과는 뒤쳐지지 않으나 승진에서 자주 누락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현재 지위에 맞는 역량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했거나 상위 직급에 필요한 잠재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경력 단계에 맞는 역량을 배양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로의 발전이 가능한 계단형 인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계단형 인재가 되기 위해 경력 단계별로 필요한 핵심 역량들과 개발 포인트들을 짚어 본다.
 
1.경력 초기(배양기) : 조기 전력화 모색
 
흔히들 ‘취업은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라고 한다. 학교 우등생이 반드시 직장 우등생이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각오와 마음자세로 직장 생활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신입사원이라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다는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조직에서 인정 받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조기 전력화를 모색해야 한다.
 
조급증을 버리고 기본기부터 다져라

신입사원은 능력보다는 태도가 중요하게 평가 받는 시기이다. 조직에서 빨리 인정 받으려고 서두르기 보다는 열정과 흡수 능력을 키워 업무의 내용을 파악하고 조직의 DNA를 빨리 체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나, 간혹 직장 생활을 ‘마라톤’이 아닌 ‘단거리 경주’처럼 여기는 초보 직장인들이 있다. 의욕이 앞서고 조직에서 빨리 성장하려는 욕심 때문에 한계단 한계단 꾸준히 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을 간과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실력이 계단의 형태로 향상된다는 점을 모르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직에 대해 쉽게 실망하고 슬럼프를 경험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쉽사리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신입사원 이직률이 높은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나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한다. 내 정도의 실력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지금 연봉의 2배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선배 사원들이 운이나 쉬운 방법으로 승진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지위에 맞는 역량을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에 그 위치에 올라갔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그렇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는 조급증을 버리고 기본기부터 닦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부서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종류를 파악하여 도식화해 보고, 각 업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이해하자.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 동료들의 특징들을 파악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이다. 조직에 쉽게 적응하고 동료들과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 모든 일에 열정이라는 요소를 빠뜨려서는 안 된다. 이 시기에 쌓인 열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귀한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 감각을 키워라

인사 담당자나 부서장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한 이후에 갖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신입사원들이 이론적인 측면은 많이 알고 있지만 현실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이 기업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학생들 스스로 현장을 경험하지 못하고 책상에만 앉아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탓이 더 크다. 따라서 입사 초기에는 이상과 이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현장과 조직의 생리를 빨리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아무리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제도나 시스템을 기획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조직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 기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신입사원 때부터 어떤 제도를 기획할 때 현실의 적용 가능성을 항상 따져보고 실제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점검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을 만나 의견 수렴도 해 보고 개선 방안들을 고민해 볼 때, 이론적으로 완벽한 제도가 아니라 실행상 완벽한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2. 경력 중기(성장기) : 생존 지수의 향상
 
대리, 과장들을 회사의 꽃이라 부른다. 이들은 어느 정도 직장 생활에 대한 감을 익히고 실무를 주도하는 실질적인 회사의 중심 세력들이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의 티를 벗는 동시에 한 단계 자신의 지위를 업그레이드시켜 장수하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 때 생존 지수를 높여야 한다.

나를 대표할 만한 키워드를 만들어라

보편적으로 입사 4~5년 후 경력 중기(성장기)에 접어들면 상당수 직장인들이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우직하게 한 직장에서 인생의 승부를 걸어볼지, 아니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고 다른 직장으로 옮길 것인지. 이들은 시장에서의 몸값도 높아져 경쟁사와 헤드헌터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이직을 선택하던 현 직장에 남아있던 경력 중기에 접어든 직장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을 대표할 만한 키워드, 즉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직장인들은 조직에서 실무 담당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기 완결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보여야 한다. 조직도 더 이상 이들을 사회 초년생으로 바라보지 않고, 본격적인 실력 발휘를 통해 성과를 창출해야 할 핵심 인력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기획 업무=김 대리’라는 식의 공식이 상사의 머리 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자기만의 전문 영역을 구축하고 꾸준히 경험과 실력을 쌓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일을 통한 학습이 전문성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담당 분야의 프로젝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창의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하라

창의성이 경력 단계에 따라 중요도가 다를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경력 성장기에 있는 직장인들에게 더 중요해 보인다. 이 때가 도전과 실패를 용인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자, 남들과 차별화된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력 기간 동안 상당한 업무 지식과 실력을 축적했기 때문에 창의성 발현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도 갖춰져 있는 시기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경력 성장기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향후 핵심 인재로 키워나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방식, 아이디어로는 조직에서 인정받기 힘들 터. “창의적인 인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발명왕 에디슨의 말처럼, 자신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역발상을 통해 숨겨진 해답을 찾아가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자기 업무 영역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학습하고, 변화나 트렌드를 눈여겨 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일수록 수 많은 정보의 ‘서랍’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예를 들어,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면 경쟁사의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이며, 소비자의 니즈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현재의 유통 채널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이런 정보들의 조합이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초석이 될 것이다.
 
3. 경력 후기(성숙기) : 리더십의 극대화
 
‘직장에서 별을 단다’라는 것은 임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임원은 직장인들이 꿈 꾸는 자리이다.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리더십’이라 하겠다.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주어라

경력 후기는 임원이 되기 바로 전 단계로 조직에서 리더십을 시험 받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은 우수한 팀을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팀의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리더십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성과와 직결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과학자 프레드릭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도 “리더가 훌륭하게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면, 이들에게 가치 있는 일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치 있는 일이란 자료 정리 등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역할과 지위에 적합한 일, 그리고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일들을 의미한다.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구성원들의 능력 수준을 파악하고 이들이 원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이해하자. 리더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업무를 배분해야 할 것이다.
 
헬리콥터 뷰를 가져라

눈 높이가 달라지면 시야의 폭도 달라지는 법. 경력 후반기에 다다를수록 리더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단기와 중장기, 개인과 조직의 입장에 대해 적절히 균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한 마디로, 헬리콥터 뷰(헬리콥터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에서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것)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그림 2> 참조).

경력 중기까지는 지나치게 현업에 파묻혀 ‘숲’을 보기 보다는 ‘나무’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실무자의 시각보다는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시너지를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실무자의 눈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리더의 입장에서 조금 더 시야를 높이면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다른 것들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실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일과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으며 조직에는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향후에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4. 경력 말기(완성기) : 경영자 마인드 함양
 
꾸준한 성장을 통해 경력 말기에 도달하면 사업부 또는 하나의 기능(Function)을 책임지는 경영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 때는 회사의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의사결정 능력을 키워라

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미국의 전력 증강에 크게 기여했던 조지 마샬(George Catlett Marshall) 장군은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의사결정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직의 어느 위치에 있건 항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의사결정이 누군가에게는 보편적이고 큰 위험이 동반되지 않는 일일 수 있지만, 경영진에게는 조직의 미래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상당히 중요한 사안들이 많다. 경영자들이 해야 할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할 것인가, 하지 말 것인가?”와 같이 양자택일인 경우가 많은데,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시장이 아닌 신시장 진출, 신제품 출시, 대규모 투자 등과 같이 예측이 어려운 경우는 위험이 배가 된다. 이럴 때일수록 경영진의 의사결정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진으로써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눈 앞의 현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 또는 현상 그 이면에 감춰진 의미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 하나의 현상만이 아니라 그 주변의 종합적인 상황까지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종합적인 사고가 뒷받침되어야 올바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혁신의 전도사가 되어라

경력 말기, 경영진의 위치에 서게 되면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가능한데, 잘 알려져 있듯이 이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스스로에게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하며, 기존에는 하지 않았던 것을 새롭게 시도해야 하는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의 구성원들이 ‘혁신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진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경영진의 행동이 구성원들에게는 역할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진이 혁신의 전도사가 되어 구성원들에게 혁신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조직 내에 학습시켜야 한다. 경영진의 이러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혁신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만 될 뿐 실천되지 않을 것이다.
 
도움닫기 과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장대높이뛰기에서 선수가 넘을 수 있는 높이는 30~40m의 도움닫기 거리를 얼마나 많은 힘을 비축하고 빠른 속도로 주파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계단형 인재가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노력 없이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능력이 향상될 수 없는 것처럼 꾸준한 역량 배양만이 계단형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또한, 현 경력 단계에 필요한 역량만 닦는다고 하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력 단계별로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필요 역량과 더불어 다음 단계의 역량 또한 미리 파악해서 개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