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천에서 만난 이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 |
<장사익선생님과 함께...> 지난 토,일요일 이틀간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에 있는 더불어숲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이 시대 소리꾼으로 널리 알려진 장사익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위함이었습니다. 지난 2005년초 '백두캠프'와 함께 했던 해돋이백두산 천문봉등정으로 인한 인연으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장사익선생님의 노래강의와 인생철학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어 한걸음에 내달렸습니다. 더불어숲학교는... <더불어숲학교, 개인산방(開仁山房)입니다!> 더불어숲학교는 2003년 10월 성공회대 교수이신 신영복선생님께서 열으셨습니다. 지금은 고문으로 계시는 초대 신교수님의 뒤를 이어 신경림 시인께서 교장선생님으로 계십니다. 더불어숲학교는 한국의 비경인 내린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미산계곡의 개인산방(開仁山房)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명하시고 부지런한 여러분들이 운영위원을 맡고 계십니다만, 특히 프레시안 고문으로 계시는 이근성위원님이 무척 애를 쓰고 계셨습니다. 미모의 부인께서도 잠시 쉴 틈없이 같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던군요. <내린천의 비경> 장엄한 암벽과 소나무와 개울이 어우러져 실경산수화를 재현하고,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계곡이라고 해석하게 된 비조불통(非鳥不通)계곡의 원시미가 이웃하고 있는 곳입니다. 더불어숲학교에서의 강의는 대자연의 깊고 아늑한 품에서 주말의 하룻밤을 묵으며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줄 문화적 주제들에 대해 특별하고도 중요한 분들을 모시어 강의를 듣고, 토론하고 나아가 대안도 모색하며 살아 숨쉬는 문화공동체로 나날이 커가고 있는 곳입니다. 이른바 세계적인 문화학교로 알려지고 있다지요. 틀림없이 훌륭한 분들이 끊임없이 오고, 그 분들이 다음 고객들을 위해 채워 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물론 가족의 일원으로서 기꺼이 참여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등교길 이야기 가는 길에 홍천시장에 들러 이것저것 먹거리를 접하고 싶어 일찍 길을 서둘렀습니다. 홍천시장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와 할인점들로 인해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새로 개설한 신시장에 들어섰더니 시장번영회 회장께서 바로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쉴 틈도 없이 이 가게 저 가게를 소개하며 음식설명과 함께 어려운점을 품목별로 좔좔 달변으로 소개해 주었습니다. 강원도 이런 시장에 가시면 메밀전병을 꼭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메밀전병과 메밀부침, 그리고 올챙이국수를 먹었습니다. 올챙이국수가 본래 채반을 가만두어야 꼴깍꼴깍 올챙이 모양으로 나옵니다만, 요즘은 채반을 휘휘 흔들어 길게 뽑아 내더군요. 따라서 올챙이 모습을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푸근한 할머니의 메밀전병입니다. 아! 그 맛이란...> 미산리 가지전에 메기메운탕으로 점심을 먹으며 만난 선우회관(식당)의 사장인 전평화씨는 매우 진솔한 생활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이름부터가 모든 평화를 주도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 분은 4월이 되어 버들강아지가 피면 개울에서 탱구리, 미꾸라지 등등이 엄청 잡힌다고 하면서 꼭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5월말께에는 제가 오매불망 그토록 그리던 곰취가 밭때기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낫으로 베어도 될 정도라고 합니다. 그 지역에는 곰취마을이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말 반가운 말만 골라서 해 주는 분이었습니다. 4월에는 탱구리잡으러, 5월에는 곰취, 참나물 뜯으러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상남면 선우회관 전평화사장과 함께...> 아! 장사익선생님 이번 등교의 최대목적인 장사익선생님의 강의를 듣기전에 금번 50여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일정안내와 자기소개를 하는 '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부부지간, 가족, 쌍쌍이 오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야 남자들끼리 4명만 참가를 했습니다만... 더불어숲학교 재차 2번이상 등교하시는 분들이 약 절반 정도되는 듯이 보였습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장선생님을 탁배기 한 사발 생각나게 하는 특유의 목소리와 가사의 조화가 돋보이는 이 시대의 소리꾼이라고 평했더군요. 이번 소리강의에서도 어김없이 듣기 어려운 구수한 이야기와 즈윽한 미소와 함께 그만의 노래를 미산계곡에서 풀어 놓으셨습니다. 조용하면서도 가슴으로부터 파동을 느끼게 하는 소리들을 쏟아 내셨습니다. <혼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강의> 장선생님은 소리를 들려주시는 것으로는 부족하셔서 46세부터 시작한 본격적인 소리인생을 들려주심으로서 우리들을 충동질하셨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혼신을 다해 하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평소에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는가. 작은 향기로부터도 감동을 잗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 어떤 분이 평하시기를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머리 뒷쪽이 아련히 시려오고,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라거나 "즐겁거나 슬플 때나 그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목청이 터져라 따라 부르면 최고의 카타르시스가 온다"는 평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됩니다. <우리 일행들과도 찰칵...> 또한 대개의 청중들이 느끼게 되듯이 선생님의 노래는 가요도, 국악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날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었듯이 반주가 필요 없는 새로운 장르에 속한다고나 할까요. 드디어 그의 대표곡격인 찔레꽃이 그의 입에서 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어요. 그때는 잠실 고층 5단지에 살았어요. 5월 어느날 아파트 단지를 나오는데 어디선가 진한 꽃 향기가 느껴졌어요.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실려온 꽃 향기였어요. 주변을 보니까 붉은 장미만 눈에 띄었어요. 분명 장미냄새는 아니었어요. 장미덩쿨를 살피고 있는데 흰 꽃잎의 찔레꽃이 수줍게 피어 있는 것이 보였어요. 순간 어릴 때 기억이 났어요. 봄이면 들판에 핀 찔레꽃을 따 먹곤 했어요. 찔레꽃은 회충을 죽인다고 어른들이 말하곤 했어요. 장미덩쿨 뒷쪽에 나지막히 옹기종기 피어 있는 찔레꽃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 찔레꽃이 내 모습처럼 보였어요. 당당히 나서지 못하고, 폼잡지 못하고, 쭈삣쭈삣 눈치나 보고 있는, 그런 모습과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슬퍼졌어요. 그냥 슬펐어요.”(이상 한겨레기사)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아! 노래하며 울었지 아! 춤추며 울었지 아! 당신은 찔레꽃 미산계곡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참가한 어떤 여인네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 내리는 걸 보았습니다. 그의 인생과 소리와 미소가 아직 아련히 남아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장사익선생님을 홈페이지에서 만나 보시지요.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jangsaik.com/ 입니다. 뒷풀이, 그리고 하교길 9시부터는 오대산 특주인 동동주를 곁들인 뒷풀이가 있었습니다. 대체로 소리강의에서 받은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아 조금 흥분된 상태에서 서로에게 자신이 받았던 감동의 파동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희 일행 4명은 서울에서 온 '부사모(부부사랑모임)' 4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담소와, 박장대소와, EDPS(아시죠? 음담패설)들이 오갔습니다. 동해안 가는 길에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의미의 살둔마을을 멀리서 바라보았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에 속합니다. 단종 복위를 꾀하던 이들이 숨어들면서 마을이 최초로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도 일곱 군데의 피장처인 삼둔사가리 중 한 곳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난리를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곳 삼둔사가리가 모두 살둔을 중심으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홍천군 내면의 월둔 달둔 살둔이 삼둔이고,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연가리, 곁가리, 명지가리가 사가리입니다. 모두가 험준한 산세를 품어 쉽사리 접근이 어려운 지형들로 오지 속의 오지로 손꼽히는 곳들이지요. <살둔마을을 감싸듯이 굽이쳐 흐르는 내린천> 살둔에는 또다른 명물이 있다고 합니다만, 이번엔,가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인이 살고 싶은 1백대 집"으로 꼽이기도 한 침풍루(살둔산장)가 그것인데, 언론사 기자 출신의 이상주씨(57)가 산장지기로 있다고 하네요. 살둔마을을 뒤로하고 저희는 당초 계획대로 동해안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전날 뒷풀이 장소에서는 '부사모' 4가족도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 같아 저희들만 떠나기로 했습니다. 아침 7시반에 동해안 동명항으로 내달렸습니다. <동명항에서 바라 본 매혹설경의 설악산> 동명항은 속초에 있습니다만, 대포항과 달리 자연산만 파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3만원정도면 자연산 회를 떠서 4명이 먹고도 남습니다. 요즈음 제철 맛이 난다는 문어도 샀습니다만 kg당 2만원하더군요.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은 밤사이 온 눈이 멀리 보이는 설악산을 황홀한 설경으로 바꾸어 놓아서 동명항에서 바라 본 대청봉 봉우리의 설경은 항구를 찾은 이들의 맘을 사로잡았습니다. <미시령 넘는 길에서 본 울산바위> 아무래도 이번 소리강의를 들은 뒤 느낀 점을 다시 정리해 보면, 무엇보다도 장사익선생님이 강조하신 바와 같이 내가 잘 할 수 있고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알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좀더 정리해서 말씀드리기로 하고요. 제 나름대로의 삶을 다시 생각하겠습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든지 정리하겠습니다. 진솔하고 겸손한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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